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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되어도 새로운 패션

-이스트오캄 손헌덕, 김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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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되어도 새로운 패션

평온한 삶을 지향하는 리메이크 브랜드

이스트오캄의 서울숲 쇼룸 겸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디자이너 듀오의 무한한 창의성의 결과물이 눈에 띕니다. 미국, 유럽, 세계 각 곳에서 찾아낸 빈티지 데님과 워크웨어부터 그림, 음악 장비까지, 그들의 다면적인 작업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옷의 특별한 만남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프렌치 워크웨어, 플라넬 셔츠, 반다나의 조각을 사용한 패치워크 데님, 80~90년대 디즈니 스웨트셔츠를 해체해 만들어진 팝한 디자인 등 빈티지 아이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리메이크 브랜드 이스트오캄을 세컨드히어로가 만났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손헌덕 (이하 손) & 김지혜 (이하 김):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스트오캄이라는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부부 디자이너 손헌덕과 김지혜입니다.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합니다.

손: 대학교 졸업 후 음악 작업을 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 지금의 아내인 김지혜 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인생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김: 당시 이태원에 살고 있었고 금요일 퇴근길에 들렸던 클럽에서 남편을 만났습니다. 옷, 음악, 미술 등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2017년에 이스트오캄을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스트오캄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김: 이스트오캄은 리메이크 의류를 만드는 패션 브랜드입니다. 새로운 것을 제시하기 보다 기존의 것을 해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소외된 것의 가치를 재창출하는 형태의 포스트모더니즘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손: 저희 작업의 결과물들은 모두 세상에 하나뿐인 ‘one and only’ 제품으로 ‘I don’t like the best, I love the only one’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기보다 하나밖에 없는 것을 사랑한다’)이라는 부제로 소개됩니다.

브랜드의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손: ‘조용하고 편안한 상태’의 뜻을 가진 프랑스어 'Au calme'의 줄임말인 'Oklm'과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를 표현한 'East' (동방)를 합쳐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동방 나라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심신이 평온한 삶을 지향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 있는 일들을 할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스트오캄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일을 하고 계셨나요?

손: 저는 음악 작업을 했습니다. 지금도 틈틈이 이어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김: 저는 모바일 마케팅 관련 일을 했습니다.

원래 다른 업계에서 일을 하다가 패션 브랜드를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요?

김: 처음에는 음악과 미술 작업을 하기 위한 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마음에 들었던 공간이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이곳에서 저희가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통 관심사인 패션을 여기서 해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겨 패션 작업을 하면서 지금의 이스트오캄이 탄생했습니다.

리메이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김: 처음에는 기성복을 만들려고 공장에서 주문을 했는데 불량률이 80%까지 나왔습니다. 2달 동안 기다렸던 옷을 드디어 받은 날이 실망과 절망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남을 탓하기보다 저희가 직접 책임질 수 있는 옷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고 리메이크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의 실망이 오히려 새로 시작할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스트오캄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

손: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리메이크 작업을 기반으로 시작한 브랜드이지만 현재 오리지널 라인도 소량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김: 리메이크 제품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난해한 스타일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보다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하고 일상에서 잘 녹아드는 옷을 만들려고 합니다.

소재를 구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손: 소재는 주로 빈티지 제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직접 구하러 다니기도 하지만 주로 해외에서 수입한 소재를 사용해 작업합니다.

이스트오캄의 오프라인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김: 이스트오캄의 오프라인 공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쇼룸과 작업실 공간입니다. 여기서 리메이크 제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저희 디자인과 다양한 빈티지 제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손: 두 번째 공간은 살롱(salon)인데요. 방문해 주신 분들이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이스트오캄의 세계를 즐길 수 있기 위해 마련된 편안한 곳입니다. 여기서 매주 목요일에 무료 영화 관람회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영화 관람회에 참여할 방법을 알려주세요.

손: 매주 목요일 저녁 8시에 영화를 상영하는데,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영화의 선택은 온전히 저희의 취향이 담겨 있고 좋아하는 과자나 와인, 맥주를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일찍 와서 자리를 잡아도 좋고 늦어도 입장이 가능한 자유로운 영화 관람회입니다. 2020년 2월 115회까지 진행했고 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했지만 올해 5월부터 재개했습니다. 상영표를 이스트오캄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손: 2019년 4월에 첫 전시를 하기 위해 영국에 갔는데, 그곳에서 결혼하고 왔거든요. 청첩장에 SNS 라이브로 결혼식을 할 예정이니 온라인 하객이 되어 달라고 적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라이브에 접속해 주시고 영국에서 만난 손님들, 런던에 거주하는 친구, 동생들, 그리고 안내해 주신 누나도 함께 했습니다. 그날은 행복한 기억으로 오래 남아 있습니다.

김: 얼마 전에 IBK 기업은행의 CF를 찍게 되었는데, 이스트오캄의 쇼룸에서 저희 반려견 코지와 함께 촬영했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가족과 지인, 손님들은 TV, 전광판, 지하철에서 저희 얼굴을 자주 보니 신기해하시고 축하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너무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이스트오캄의 제품이 누구에게 소비되길 원하나요?

손: 세상에 단 하나로 존재하는 옷의 가치를 알아봐 줄 누군가에게 소비되길 희망합니다.

훌륭한 제품의 조건이 무엇인가요?

손: 옷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합니다. 값비싼 원단이나 생산 과정도 중요하지만 누군가가 보다 단단하고 멋있게 입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옷을 만들다 보면 어느 부분에 대해서도 손님들에게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작자의 마음이 전달되면 손님이 의미 있는 소비를 할 수 있으며 더 가치 있는 옷으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이스트오캄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뭔가요?

손: 사실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것보다 저희는 단지 ’I don’t like the best, I love the only one’이라는 부제로 리메이크 제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 단 하나로 존재하는 뜻입니다. 그만의 가치를 알아봐 줄 누군가가 소중하게 입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스트오캄을 운영하면서 어떤 어려운 점이 있나요?

손: 모든 일을 둘이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없는 것은 어려운 점인 것 같아요. 디자인부터 제품 제작, 촬영, 온라인 스토어와 인스타그램의 업데이트까지 모든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가끔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본인만의 현명한 방법이 있나요?

손: 바로 대처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시간을 조금 더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 때 빨리 행동하는 것은 걱정을 붙들고 있는 것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걱정을 내려두고 침착하게 생각한 후 빨리 행동하려고 노력합니다.

김: 저는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항상 침착하게 일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김: 저희가 서로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매일 옷을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단순하지만 일을 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누군가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손: 이스트오캄은 원래 전문가가 아닌 저희가 시작한 브랜드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같은 경험을 해도 각자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과 똑같다고 해서 덜 외로운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를 잘 알고 믿으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김: 걱정을 오래 하기보다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이든 초심자의 마음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원하는 바를 꼭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스트오캄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 저희가 만든 제품은 하나밖에 없는 ‘one and only’이기 때문에 손님이 구매해 주시면 저희에게 사진만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작업의 결과물을 기록할 수 있는 포스터나 다른 형태의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습니다.

손: 사실 저희 서울숲 쇼룸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이스트오캄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living)

손: 아침에 일어날 때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거나 책을 읽습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좋은 마음가짐과 정리된 스케줄이 안정감을 주고, 또 저녁에 집으로 돌아올 때 하루를 돌아보면서 일기를 씁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맺음을 하는 것이 저만의 루틴입니다.

김: 저는 건강한 몸과 편안한 마음을 기르기 위해 요가를 합니다. 그리고 매일 저희 반려견 코지와 함께 서울숲에서 산책할 때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같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thing)

손 & 김: 프렌치 워크웨어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더 멋있어지고 가치가 더해지는 옷입니다. 지난 세월이 그대로 담겨 있으며 옷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스토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도 프렌치 워크웨어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손: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함께 키우고 있는 강아지 코지입니다. 나를 위한 삶보다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더 보람차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소중한 가족입니다. 저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김: 사랑하는 가족, 이스트오캄을 방문해 주시는 손님들,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는 이웃들은 큰 힘이 됩니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라도 진심으로 좋아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고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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