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성복 브랜드 도우터를 전개하고 있는 메이드 인 어쓰(MADE IN EARTH) 이가혜입니다.
도우터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도우터'는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도우터는 많은 사람이 좋은 소재로 만든 완성도 높은 옷을 경험함으로써 각자의 기준으로 친환경적인 옷장을 완성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브랜드예요. 딸에게 물려줄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옷장에 걸려있는 좋은 퀄리티의 옷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어요.
계절의 구분이 아닌 인물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제작하신다는 점이 정말 신선했어요. 인물을 중심으로 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매거진 <B>의 단행본 시리즈 '잡스(JOBS)'에서 에디터를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렸더라고요. 매력적인 인물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일을 찾다가 매거진 에디터가 되었던 저는 옷에 대한 접근 또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아하는 옷을 골라내 보기로 했지요.
많은 분들에게서 영감을 얻고 계신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도우터와 함께 해주었던 모든 인물은 제게 저마다의 의미가 있어요.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내어준 고마운 사람들이죠. 첫 에피소드를 함께 해주었던 기림과 짧은 인터뷰를 나누었었는데, 그때 함께 한 소회를 묻자 이런 이야기를 남겼어요. 아이를 낳고 나니까 엄마가 아닌 '나'로서의 존재를 지켜내기가 참 힘들었는데, 도우터와 옷을 만들면서 자신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그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어요.
인물을 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비즈니스적으로 인물과 만나지는 않고, 처음에는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시작이 되었어요. 도우터가 생각하는 방향을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들. 건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어떤 선정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데, 돌아보면 올바른 에티튜드를 가진 좋은 친구들과 작업했던 것 같아요. 생활에서의 태도가 아름답고, 팔로우 숫자와 관계없이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들. 인스타그램 피드만 봐도 사실 보이잖아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요. 한두 번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 옷을 같이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은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옷에 담았어요. 굳이 기준을 정하자면 인물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사람이 옷을 정말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즐거워하는 일인지'에 대한 거 같아요. 그게 사실은 제일 중요하거든요.
인물 선정 후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인물 선정한 이후부터 탐구를 하기 시작해요. 이 사람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인물의 모든 정보를 알아봐요. 인스타그램, 입었던 옷들, 만나서 했던 대화들, 취향 등요. 그 사람으로부터 모든 것이 나와요. 평상시 스타일부터 촬영 컨셉까지요. 백지로 시작해서 그때부터 다시 알아가면서 옷에 반영하고 있어요. 처음 선정 기준은 단순한데, 옷을 만드는 과정은 더 흥미로운 거 같아요. 뭔지 모르고 시작해서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재밌어요. 핏을 포함하여 의류의 모든 부분이 그 사람을 위해 만들어져요.
에디터라는 직업에서 패션 브랜드의 대표로 변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패션 디자인이 전공이셨나요?
이가혜 대표 (이하 이): 아니요. 저는 옷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브랜딩하는 기획 부분의 역할을 하고 실질적으로 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업무는 재민님이 담당하고 계세요. 저는 10년간 라이선스 패션 매거진에서 일했고, 재민님은 20년 넘게 한섬과 제일모직 등 고급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서 근무하셨던 레퍼런스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꿔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와,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이 조합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박재민 대표 (이하 박):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디자인들과는 다른 방향의 옷을 해보고 싶었어요. 요즘 세대들이 좋아하는 옷이 재미있을 것 같았고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에 가혜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함께 해보자고 강하게 어필했죠. 저야 원래 패션 디자인 직무를 하고 있었지만 가혜님은 연관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을 거에요. 오랫동안 고민하고 결정하셨어요.
많은 고민의 결과로, 지금의 도우터가 탄생했군요. 고민하셨던 과정의 줄거리를 들려주세요.
(이) : 느끼기에 패션 시장은 많은 개인이 옷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분야가 모두가 옷을 만들 수 있는 개인 브랜드의 세상이 되었죠. 패션이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존경하는 분야로 생각했기 때문에 저까지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원래 의류는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그 마음이 제가 그 영역을 건들고 싶지 않게 하더라고요. 또, 섣부르게 시작해 지구에 예쁜 쓰레기를 입히고 싶지도 않았어요. 사실은 그래서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나왔어요. 친환경을 언급하는 거 자체가 조심스러워서 세컨드히어로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도 망설이긴 했어요.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거창하지 않았을뿐더러,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느꼈었거든요. 이러한 문제들로 재민님과 1년 가까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재민님께서 좋은 옷을 만들어 주시리라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제 마음에 부담이 있음을 말씀드렸죠.
(박) : 옷을 만들어오면서 환경적인 고민이 많았어요. 당시 마음에 걸렸던 것 중 하나가 의류가 공장에서 브랜드로 입고될 때 비닐 폴리백에 동봉되어 있어요. 새 폴리백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벗겨져서 버려지는 과정이 안타까운 거에요. 이런 사소한 것부터 줄여보자 싶었어요. 일단 해보고 안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지금 할 수 없다면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지 싶었어요. 조급해하지 않았고, 차분하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 : 고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쉽게 버려지지 않는 옷을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보자는 방향성으로 이어졌어요. 패키징의 경우 재민님께서 갖고 있었던 생각을 바탕으로 구성했어요. 그때부터 찾아 나섰죠. 주변에서 알려진 정보들이 아니기 때문에 리서치를 많이 했어요.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요. 아! 환경부에 전화했어요. (웃음)
한 인물을 자세히 바라보고, 그 인물을 통해 '도우터'의 한 테마가 완성되는 것 같아요. 여기서 오는 지속 가능함이 있나요?
어떤 브랜드든 뭘 하더라도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순간을 맞닥뜨려야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잘하는 것을 계속 잘해도 자가 복제라는 비판을 받고,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무턱대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면 고유의 정체성을 잃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사람만큼 변함없이 흥미로운 텍스트는 없다고 생각해요. 매력적인 인물을 탐색해가는 도우터만의 관점이 브랜드를 단단히 지탱해주는 힘이 되어줄 거라고 믿어요.
도우터가 실천하고 있는 환경적인 노력은 무엇이 있나요?
땅에 묻으면 흙으로 돌아가는 생분해 비닐과 비닐 테이핑이 필요 없는 조립형 택배박스 등 환경에 부담을 더는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은 많은 브랜드가 동참하고 있지만 처음 론칭했을 때만 해도 온라인 베이스 브랜드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어요. 초기 비용과 수량이 높고 많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더불어 지난 2년간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 집중해서 옷을 만들어왔다면, 2022년은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기준 아래 방향성을 다시 잡아보려고 해요.
'오래' 라는 키워드는 많은 것을 내포하죠. 도우터에선 어떻게 정의내리고 있나요?
(박) :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여성복 브랜드를 하겠다고 시작했던 터라 사실 여성복의 기준을 다 버릴 수는 없어요. 친환경이라는 것에 지속 가능함이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죠. 가혜님과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폴리의 경우 질긴 성질이 있기 때문에 천연 소재보다는 오래 입을 수 있겠죠. 오래 입는다는 키워드로만 봤을 때는 폴리 역시 지속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다만, 땅에 묻혀서 오래도록 썩지않고, 쓰레기로 남아있으니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되겠죠. 이러면 지속 가능할 수 있지만 친환경은 아닌 거죠. 천연 소재의 경우 폴리 소재의 제품보다는 오래 입을 수 없겠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재이니까요. 하지만 땅에 묻혔을 때를 생각하면 훨씬 친환경적이죠.
(이): 그래서 결국 소비자의 몫인 거 같아요. 소비자들이 신중하게 옷을 구매하고 잘 관리해서 입는 것이 브랜드가 어떤 소재로 만드는가 만큼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소재로 만든다 해도 쉽게 버려진다면 소용 없으니까요. 만약 제가 옷이라면 '한 사람이 오래 입어준다면 내 몫을 했다' 라고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여러분들은 옷을 오래 입으셔야 해요' 하는 공익적인 소통이 아니라, '우리가 이 옷을 정말 진심으로 만들고 있어요. 아주 열심히 만들고 있어요' 이런 마음으로 만드는 옷이라는 것이 전달되면 소비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옷을 대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찾지 못했지만요.
브랜드의 가치관을 알려준다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치를 옷에 남는 일인 제작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옷과 사람을 대하는 '애티튜드'인 것 같아요. 우리가 만드는 옷에 자부심이 있나. 함께 일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가.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한 선택인가. 진심 어린 태도가 후회 없는 결과물을 낳는다고 생각해요.
컬러감이 굉장히 유니크해요. 자연을 닮은 색감이 많이 있는 듯한데, 컬러 배합은 어떻게 완성되나요?
일반적으로 브랜드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컬러들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편이긴 해요. 소위 말하는 '어쓰(earth)' 컬러군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천연 소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여 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어, 나일론이나 아크릴 같은 화학섬유가 섞인 실에서 인위적인 쨍함을 느낄 수 있지만 울 100% 실은 내추럴한 색감이 주를 이루고 있죠. 지금까지 도우터는 울이나 코튼 같은 천연 소재, 혹은 텐셀과 레이온 같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재생 섬유를 주로 사용해왔어요.
지속 가능함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시는 단계에서 출발한 브랜드 도우터, 앞으로 도우터에서만 볼 수 있는 지속 가능함이 있을까요?
기획 연도에 상관없이 옷에 대한 가치는 그대로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처음부터 시즌제가 아닌 에피소드로 구분해서 옷을 선보였던 것도, 시즌오프 세일을 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남짓의 시즌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지 않았으면 해요. 어쩌면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생산에 문제가 없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한, 도우터의 제품들은 온고잉(on-going)하고 싶어요.
시즌제를 선택하지 않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 제게는 옷을 연도와 계절로 구분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옷의 수명을 단축하는 일처럼 느껴졌어요. 2022년에는 그해 출시한 신제품을 입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잖아요. 2021년에 출시된 제품은 이미 과거의 옷으로 느껴지죠. 생산자가 시즌을 정해버림으로 인해 아직 살아있는 옷을 몇 개월만에 과거로 밀어넣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도우터의 옷은 시즌으로 정의내리지 않고 언제 이 옷을 보든 선입견 없이 구매하실 수 있도록 하고 싶었고요. 할인도 뒤늦게 재고를 처리하는 개념보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느껴졌으면 해서 신제품을 론칭하는 시기에 주로 진행하고 있어요.
시즌제가 아닐 경우 재고의 문제에 대해서 걱정은 없으신가요?
(이) : 고민은 되죠. 어느 브랜드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랑받는 제품이 있다면 소외되는 제품도 있어요. 2년이라는 시간을 채우다 보니 재고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 게 좋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어요. 소외 당하는 제품이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 해의 트렌드가 아니여서 외면받을 수 있죠. 이젠 한 개인의 취향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지금이 아니더라도 사랑받는 제품으로 변환되는 시점이 있을 거예요.
(박) :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에서 소각이나 할인을 진행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요. 대부분이라는 단어의 뜻에도 내포되어있지만, 기업으로서 그런 방식을 아예 무시하거나 배제할 수는 당연히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시작을 다른 방식으로 했으니 마무리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가고 싶어요. 작년까지는 다행히 재고에 대해 걱정을 할만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2년이라는 시간을 넘기다 보니, 이제는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 같아요. 우리가 만든 옷을 어떻게 잘 마무리 지어 주면 좋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죠.
도우터만의 느낌으로 표현될 다음 인물은 어떤 분이실까요?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아요. 그 이유가 인물들과 함께 작업하는 점이 즐거운 건 맞지만, 어떤 기준이 명확하게 있는 것이 없다 보니, 함께하신 분들의 성향은 다 다르고, 그것이 옷에 반영되죠. 예를 들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가지신 분과 작업을 마치고 스트릿 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과 작업을 하게 되면 완전히 다른 옷의 감성이 나오잖아요. 이 부분이 저희는 재미있는데, 소비자분들이 느끼시기에는 너무 다양한 분위기의 제품들이 나오니, 혼란스러우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도우터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인물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을 하되, 도우터의 정체성에 대한 의류도 제작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우리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 이후에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인물들과 함께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어요.
도우터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의류가 있다면, 더 매력적일 것 같아요. 혹시 지금 판매 중이신가요?
(이) : 'Baby it's cold outside' 니트요! 지금까지는 다른 인물을 중심으로 시작했는데, 이 니트의 출발은 저로 시작해봤어요. 겨울은 스웨터의 계절이잖아요. 그냥 스웨터에 만족을 못 하는 스타일이라, 의미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글을 쓰던 에디터였고, 저를 담을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텍스트구나 싶었죠. baby it's cold outside는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었어요. 이 문장을 스웨터에 넣어, 하나로 합쳤을 때 한 문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도우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했어요. 왜냐면 그 동안 한 번도 저희를 옷에 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중심을 잡아야, 앞으로 많은 인물과 함께할 때 다들 부담 없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어요.
도우터의 궁극적인 목표는요?
(박) : 가성비 좋은 옷(좋은 소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합성 섬유 중 하나인 '아크릴 소재'가 촉감 적으로는 보송함을 느끼게 할 수는 있지만, 천연 소재인 '울 소재'보다는 기능적으로는 사실 덜 따뜻해요. 좋은 '울 소재'를 입어보시고, 다음에 잘 맞지 않아서 다른 소재를 선택하시게 된다면, 그건 의류의 기능과는 별개의 문제가 되겠죠. 이를테면 디자인이 마음에 무척 든다거나 이런 개인적인 이유요. 적어도 좋은 소재가 무엇인지 모르셔서 구매를 안 하시게 되시는 경우는 없으시길 바라요.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들이 좋은 소재를 경험하실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체험과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 : 재민님께서 하신 이야기들을 브랜드 소개에 이렇게 풀어내고 있어요. "사람들이 좋은 옷을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데 기준이 될 수 있는 브랜드였으면 좋겠다."
(박) : 대기업에 있을 때는 모든 방향에서 좋은 것들을 다 보여드릴 수 있겠죠. 재정이 안정되어있으니까요. 하지만 스타트업 혹은 소규모 브랜드에서는 우선순위가 필요해요. 절대 놓치지 말고 꼭 가져가야만 할 것을 고르죠. 지금은 우선순위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저희가 계속 성장해서 다 가지고 간다면 훨씬 좋은 아이템들을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겠죠. 디자이너로서 소비자는 모르는 부분까지 챙겨주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론칭 후 일 년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회사의 방향성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큰 화두였어요. 올해는 도우터가 어떤 옷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집중하며 브랜드의 내실을 다져가는 중이에요. 올겨울에는 인물별 에피소드와는 구분되는 브랜디드 라인인 도우터 프레젠트(DAUGHTER PRESENTS)를 선보이고 있어요.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투 두 리스트 중 하나예요.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2018년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PT를 받고 있어요. 운동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나를 알아간다는 점이에요. 평상시 무심코 행하는 잘못된 습관이 제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인지하게 되었고, 운동의 원리를 이해하고 조금씩 체득해가고 있다는 점이 뿌듯해요. 혼자서는 유산소 운동밖에는 할 수 없던 제가 이제는 트레이너 없이도 오늘 어떤 운동을 하는 게 좋을지 알고 설계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변화예요.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티지 가구. 특히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무드 있는 색감이 마음에 들어요. 도우터 오피스에도 1960년대 스웨덴에서 제작된 확장형 테이블이 있어요.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어 아끼는 제품이에요. 도우터의 시간도 이렇게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힘이 되는 것
골목을 걷는 것. 새로운 어딘가를 부러 찾아가는 것보다는 일상에서의 작은 일탈을 좋아해요. 평소에 습관처럼 다니던 골목을 살짝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풍경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그 순간 제 일상에 활력이 생기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골목길을 잠깐 걷는 그 시간이야말로 잠잠히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