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로 플라스틱 꽃집 플라워 에이블에서 꽃과 풀을 묶고 있는 설해냄입니다.
‘플라워 에이블’의 이름 뜻이 궁금해요.
제 영어 이름은 ‘Able’이에요. 처음 꽃가게 이름을 정할 때 단순히 ‘flower’과 ‘able’을 결합해 봤는데, ‘꽃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단어로 느껴졌어요. 제가 처음 가게를 시작한 목적과도 닿아있었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꽃집이 되고 싶었거든요.
제로 플라스틱 플라워 숍을 추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려서부터 배운 절약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삶으로 이어졌어요. 그래서 과도한 쓰레기 배출에 대한 사회적 문제들이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꽃 브랜드를 만들었을 때는 제로 플라스틱 숍이 아니었어요. 여느 꽃집처럼 비닐과 플로랄폼을 사용했습니다. 나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썩지 않는 쓰레기’를 내가 팔고 있다는 사실에 상품을 판매할수록 죄책감이 들었어요. 하지만 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꽃일에서 비닐을 쓰지 않는 것과 주요 상품인 꽃바구니, 꽃상자 등등을 팔 수 없다는 점이 너무 무모한 도전은 아닐까 하며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내가 당당하게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고 제로 플라스틱 꽃집을 열었어요. 그게 벌써 3년 전이네요!
꽃을 만들면서 플라스틱과 타협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초기에 정말 많았어요. 어버이날에 용돈 박스를 판매하지 못할 때도 그렇고, 비닐 포장지로 멋지게 포장한 꽃다발을 보면 부럽기도 했지요.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한 부분은 바로 꽃다발 물주머니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시상식에 쓰일 꽃다발 대량 주문을 받았어요. 원래는 다발들이 시들지 말라고 비닐에 물을 넣어서 줄기 끝에 묶어줘야 하는데 저는 비닐을 쓸 수 없잖아요. 그래서 큰 통에 물을 살짝 담고 꽃다발 줄기가 물에 닿게끔 켜켜이 세워 담은 뒤 배달을 갔었죠.
그런데 당시 비도 내리고 통 안에 습기 때문에 종이 포장지가 축축해져 다발들이 꼬깃꼬깃 해졌어요. 현장에서 다발을 꺼냈는데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너무 죄송하다고 담당자님께 말씀드리니 그분이 환하게 웃으면서 ‘괜찮아요. 이게 종이의 매력이죠’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해주시는 고객님들이 있어서 제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저의 임무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제로 플라스틱 꽃다발 대량 주문도 척척 해내고 있습니다!
플라워 에이블이 추구하는 제로 플라스틱 숍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손님이 늘어나고 있나요?
‘친환경 꽃집이라고 해서 왔어요’라고 말해주시는 손님이 3개월에 한 분 정도 됐어요. 그 정도로 드문드문 있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멀리 의정부에서 찾아와 주시는 손님도 있고요. 제 가치를 알아봐 주시고 불편함을 감수해 주는 분들이 많아지는 게 큰 힘이 돼요.
어버이날 용돈 박스, 비닐 포장지로 포장한 꽃다발을 대신하는 플라워 에이블만의 무기가 있나요?
꽃바구니는 화병 안에 꽃을 꽂아서 대체하면 되는데, 용돈 박스는 대체하기 어려웠어요. 박스 안에 오밀조밀 들어가면서 꽃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을 해줘야 하거든요. 제가 지난 어버이날에 개발했던 게, 버려진 밀짚으로 만든 컵 안에 한천가루와 뜨거운 물을 섞어서 만든 물 양갱을 넣어서 꽃꽂이를 해봤어요. 꽂아보니 용돈 박스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걸 만들어서 택배 배송도 하고, 반응이 좋았어요. 그동안 친환경이라서 포기했던 게 많았는데, 조금 더 연구하면 친환경적인 대체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친환경 꽃꽂이 키트로 펀딩을 진행하셨는데, 목표액을 566% 달성할 정도로 성공적이었어요. 사람들의 큰 관심과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첫 펀딩이라 홍보를 제대로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목표액을 훌쩍 넘겨서 굉장히 놀랐어요. 참여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고객님들께서 친환경 이슈를 꽃꽂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재밌어하셨어요. 이를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다른 친환경 꽃꽂이 클래스도 보여 드릴 예정입니다!
플라워 에이블 오픈 전날부터 유튜브에 영상이 기록되어 있더라고요.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문득 되돌아보면 엄청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더라고요. 국회 보좌직원으로 일하게 된 것도, 들어간 지 2주 만에 대통령이 탄핵된 것도. 대학생 때는 상해에 살아보고 싶어서 무작정 떠났었고 거기서 이력서를 돌리다가 현지 기업에서 인턴을 하게 된 것, 그 외국인 사장이 성희롱을 했는데 사과를 받지 못해서 상해 내 관련 업계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뒤에야 공개 사과를 받게 된 일. 그때 당시는 치열하게 사느라 이런 특이한 경험들에 대한 기록을 잘 담아두지 못했던 게 후회되었어요. 또 저는 고민이 있을 때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던 사람들의 인터뷰나 블로그 글을 찾아보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훗날 재밌게 오늘을 추억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혼자 운영하시잖아요. 힘든 점은 없나요?
유튜브를 보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역시 혼자 하다 보니 조금 버거워서, 최근 영상 두 개는 동생이 편집을 도와줬어요. 동생이 휴학을 하게 돼서 앞으로는 동생과 함께 작업을 이어갈 것 같아요. 꽃을 모르는 사람들도 쉽고 재밌게 보이도록 작업해보려고 해요.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무엇인가요?
마트리카리아라는 꽃인데, 계란 프라이를 닮아서 계란 꽃이라고도 불리는 꽃이에요. 그 꽃의 꽃말이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이라고 해요. 꽃말이 좋아서 좋아해요. 저는 꽃을 주문해 주실 때 어떤 의미로 선물하는지 대략적인 이야기를 여쭤보거든요. 이런 꽃을 사고 싶다고 요청해 주시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꽃을 잘 모르시고 예쁘게 만들어달라는 분들도 많아서 이야기를 담은 꽃을 만들어 드리려고 노력해요. 의미를 담아야 더 특별해지잖아요.
지금 계절에 추천해주실 만한 꽃이 있다면?
한 여름엔 해바라기가 무척 싱싱하고 예뻐요. 요즘은 일반 해바라기 말고 초코색, 레몬색 해바라기도 있고 복슬복슬 꽃잎이 많은 테디베어 해바라기, 일명 ‘고흐 해바라기’라고 불리는 해바라기도 있어요.
플라워 에이블에서 새롭게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요즘엔 친환경 꽃꽂이 부자재 쇼핑몰을 만드는데 힘쓰고 있어요. 그래서 어떤 부자재를 큐레이팅 할지가 제일 큰 고민이고 관심사예요. 문구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자재부터 독특한 오브제까지 재료가 친환경이기만 하면 일단 눈이 가고 손이 가요.
‘친환경 꽃꽂이 부자재 쇼핑몰’이 조금 생소한데, 판매될 제품 하나를 소개해 주세요.
동양식 전통 꽃꽂이에 쓰이는 ‘침봉’이 있어요. 이게 플로랄 폼처럼 꽃을 고정시켜주는 장치인데, 소비자들도 잘 몰라서 안 쓰는 제품일 거예요. 사용법도 어렵지 않고 침에 꽃을 꽂으면 되는 방식이라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고요. 이런 유용한 제품들을 모아서 친환경 키트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플라워 에이블이 어떤 꽃집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기분이 좋아지는 꽃집이고 싶어요. 꽃은 시들면 버려지고, 향기도 날아가 버리지만 그걸 주고받았을 때의 기분은 남아있잖아요. 저는 제 가게에서 나오는 상품들이 다 소멸하길 바라요. 대신 행복한 기분만 남았으면 좋겠어요. 또 생화의 얼굴과 색깔은 때마다 달라서 100% 똑같은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없지만 한결같은 행복감을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정말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다발을 만들고 있습니다.
플라워 에이블을 운영하며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대부분 사람들이 친환경 꽃집이라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친환경 꽃집의 수요를 늘리는 게 훗날 저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와 함께하는 동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꽃을 사는 사람들의 파이 안에서 내 몫을 가져가는 게 목표가 아니라, 친환경적인 꽃집이 늘어나서 함께 연대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 동지들을 모으고 싶어요.
친환경 꽃집을 차리고자 하는 사장님들에겐 저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컨설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론 소비자들에겐 더 친근하고 재밌는 꽃 상품으로 다가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하반기엔 친환경 꽃꽂이 전시를 해보려고 은밀하게 준비 중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매일 혹은 자주 반복하는 나만의 루틴은?
바디로션을 꼭 바릅니다. 바디로션 바르기 귀찮아서 늘 패스하다가 몇 년 전부터 샤워 후 꼭 전신에 바디로션을 바르는데 그 짧은 시간이 뭔가 저에겐 명상시간 같달까.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고 푹 자라고 나를 다독이는 일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스트레스는 많아도 불면증은 없어요!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물건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는데, 사진은 소중해요. 지금 제 책상엔 제가 5살 때 엄마 아빠를 찍어드린 사진이 걸려있어요. 부모님과의 사이가 점점 애틋해지고 있어서 그런지 이 사진은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당신이 힘을 얻는 것이 있다면?
한 발 한 발 내딛게 하는 힘은 내 신념을 지키면서 일하고 있다는 점, 그 신념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옮은 신념이라는 점, 속임 없이 정직하게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로 플라스틱 꽃집을 하길 참 잘한 것 같아요. 피곤해서 천천히 걷고 싶은 적은 있어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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