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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에 온전히 집중해보세요

- 그레이프랩 김민양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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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에 온전히 집중해보세요

종이에 다양한 변신, 그레이프랩

오늘도 붐비는 지하철 속에 몸과 마음을 잔뜩 구겨 넣고, 꿈의 목적지에 더 다가가고 있다는 확신 속에 우리를 기꺼이 세상 안으로 넣어봅니다. 왜 이토록 바쁜 것인지 알 수 없고 우리가 찾고 있는 가치가 정말 옳은 일이 맞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 속에 가방 속 노트북을 꺼내 책상 위로 올려놓습니다. 책상 위 보이는 그레이프랩의 노트북 스탠드. 50g이 채 되지 않는 종이가 최대 5kg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모습에 울컥합니다. 작은 체구로 무거운 현실을 받치고 있으나,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청춘과 함께 성장하고 공존하는 그레이프랩의 응원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속 가능한 삶을 디자인하는 그레이프랩의 대표이자 아트디렉터 김민양입니다.


그레이프랩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레이프랩'은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grape lab 은 포도 실험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영국 유학 시절 제가 작성한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관련된 석사 논문 ‘The Bunch of Grapes’의 맥락과 이어집니다. 당시 지속 가능한 상생의 경제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고 연구했습니다. ‘The Bunch of Grapes’ 논문을 통해 저는 부익부 빈익빈의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로 이루어진 우리 사회와 현재 경제 시스템의 대안으로 포도송이처럼 작은 네트워크 구조로 이어져 있는 경제/사회시스템이 이상적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당시에는 포도송이 이론을 만들고 학술적으로 연구했다면, 그레이프랩은 이러한 연구가 이론이 아닌 실현 가능한 지에 대한 실험을 하고 상생의 비즈니스를 구현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그레이프랩을 시작하기 전 IT와 방송 관련 산업에서 10년 이상 디자이너로 일해왔습니다. 그렇게 가상의 스크린 세계에서 디자인을 해오면서 뭔지 모를 갈증을 느꼈습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고,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잠시 멈추고 디자이너로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영국 수업 시간의 대부분은 토론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끊임없는 논쟁과 토론을 하게 되는데, 토론을 하면 할수록 'IT 산업이 발전한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특징이 확실해지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제 아이디어 대부분이 기술 만능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젖어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 순간 기술과 트렌드의 최전방에 있던 디자인 커리어와 반대의 길을 걸어가고 싶었습니다. 첫 물음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원과 기술이 과연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가?' 대한 것이었고, 환경과 사회를 위해 최소한의 자원과 기술로만 디자인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디자인에서 기술과 자원을 계속 제거해나가는 작업을 시작해 결국은 종이 한 장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자원과 기술의 상징인 재생지 한 장으로 적정기술을 활용하여 독서대와 노트북 스탠드를 만들어 '올해 [iF 디자인 어워드] 프로덕트 부문 본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10년 이상 디자이너로서의 삶 정말 대단합니다. 현재와 과거 직장인의 삶을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전과 지금의 모든 프로젝트에 항상 열정적으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회사 사업 범위의 제한된 테두리 안에서 좁은 범위의 주어진 업무를 했던 반면, 지금은 디자인에 관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치고 다양한 기업, 단체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에너지와 개인적인 자금을 투자해 지금의 그레이프랩을 운영하기에 더 열정적으로 이 일에 임할 수 있다는 부분이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학 생활 동안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디자인적 실험과 일치한 삶을 살아가고 있고, 같은 생각을 하는 그레이프랩인 동료들과 소비자들이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 요즘입니다.

발달장애인분들과 협업하여 제작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요?

영국에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 Sustainable Design’ 석사를 하면서 소외된 계층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들을 연구했습니다. 포도송이들 이론의 처음은 제3세계의 여성들, 시장 뒷골목에서 삶을 영위하는 장인들에 관심을 갖고 모로코와 터키를 돌아다니면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으로 시작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발달장애인분들이 모여있는 시설이나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들이 20살이 지나 성인이 되면 진학도 취업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의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에 대해 디자이너로서 이들과 '어떤 일'을 하면 함께 효과와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장애인 종합복지관과 대안학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네 분을 그레이프랩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여덟 분의 발달장애인분들과 네 분의 발달장애 아티스트 분들이 그레이프랩에 소속되어 계시며, 매년 점점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아티스트 또는 직원분들과 함께 일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처음에 발달장애인, 소외계층의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그들과 함께 하면서 세상에는 중요한 가치가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사건들이 있습니다. 시설이란 공간에서 뵌 모습과는 달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회사라는 조직에서 함께 어울리며 업무에 대한 책임을 부여했을 때, 그분들에게 책임 의식이 생기고 동시에 자존감이 형성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들을 경제적으로 안정시키는 것보다 이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고 있습니다. 어느 날 한 기업과 미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동료 한 분이 미팅 장소에 오시더니 파트너분께 젤리를 건네주시며 "저희 대표님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저를 걱정하고 있었던 마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제가 대표로서 항상 동료분들을 케어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들 또한 저를 엄청 걱정하고 있고 저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구나라는 감동이 밀려와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그레이프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빼기의 미학’과 ‘더하기의 미학’을 철학으로 가지고 있는 그레이프랩은 환경적인 가치와 사회적인 가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환경적으로는 최소한의 자원과 기술만 이용해서 디자인하는 ‘빼기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연구하는 ‘더하기의 미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레이프랩이 만드는 모든 디자인 제품들은 이러한 두 철학에 근거해서 디자인되고 있으며, 특히 소외된 계층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구성원들로 정의합니다. 그레이프랩이 만들어가는 모든 디자인 제품들은 단지 제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하나의 작품으로써 가치를 가집니다. 소외된 계층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고 수익 창출과 정당하게 분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하시면서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계시나요?

영감은 한 군데에서 얻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문득문득 얻곤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때는 여행을 하거나 자연 속에서 거닐다 보면 식물 잎사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더 보게 되고, 영감을 얻어서 고민하고 있던 제품에 반영이 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들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일상에서도 뭔가 불편했던 점이나 아니면 어떠한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을 때 그것이 제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매너리즘 : 예술 창작이나 발상 면에서 독창성을 잃고 평범한 경향으로 흘러 표현 수단의 고정과 상식성으로 인하여 예술의 신선미와 생기를 잃는 일

왜 많은 디자인 제품 중 독서대와 노트북 스탠드를 제작하시게 되었나요?

영국 유학 생활 시절 친환경 패키지 디자인 수업이 있었는데, 기존에 있던 패키지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제가 발견했던 문제는 영국에서는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인 샌드위치 패키지의 쓰레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샌드위치 패키지는 투명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거나 코팅 된 종이로 되어있고 버려질 때 그 상태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에 쓰레기 부피가 굉장히 크고 썩지 않는 쓰레기로 취급됩니다. '가장 좋은 패키지가 뭘까?'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니, 가장 좋은 패키지는 자연 그대로의 과일 껍질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의 껍질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으니, 이것을 어떻게 인공적으로 재현할 수 있을까로 자연스럽게 고민이 넘어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종이를 곡선화시켜 납작하게 부피를 줄이는 것에 매료되어 접지 기법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샌드위치 박스를 만들어 영국 졸업 전시를 진행했었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혼자 작업실을 운영하던 어느 날 접어 놓은 샌드위치 박스 일부분 위에 무거운 물건들을 올려놓았는데,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책과 노트북을 얹어 보면서 제품을 구상했고, 실현된 것이 현재 시그니처 제품인 멀티 스탠드와 노트북 스탠드가 되었습니다. 샌드위치 박스의 일부분으로 우연히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대표님께 독서대나 노트북 거치대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처음에 우연한 계기로 만들게 됐지만 이제는 노트북 스탠드가 없으면 노트북을 사용하기가 굉장히 어색할 정도입니다. 스크린을 볼 때나 글자를 입력해야 할 때 각도가 잘 맞고 손목에 무리 없이 편해 매일 사용하고 있습니다.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오래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독서대를 사용하면서 책을 자주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든 제품이지만 라이프 스타일을 다르게 변화 시켜준 제품이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그레이프랩에서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첫 번째 그레이프랩은 환경을 위해 하나의 제품을 디자인할 때 새로운 천연자원이 아닌 버려진 것들과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자원들을 이용하고 있으며, 쓰임이 다하고 버려질 때는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재활용되기 쉽게 디자인하고 있는 점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과연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원과 기술이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미니멀하게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빼기의 미학이 환경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하나의 그림이 비싸게 판매되는 것보다 여러 소비자들이 그리고 발달장애인 작가분들이 분배 플랫폼에 참여하고, 이러한 참여가 결국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주제로 그레이프랩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지속 가능한 사회, 더하기의 미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그레이프랩은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여 구축되어 있는 피라미드 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며 작은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는 형태인 포도송이 구조를 지향합니다.


100% 재생용지를 사용해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종이 외에 사용해 보고 싶은 소재가 있나요?

버려진 다양한 자원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디자인에 적용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최근 출시한 버려진 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다이어리가 있습니다. 소재뿐만 아니라 적정 기술, 대체 에너지에도 관심이 많아 ‘페이지 라이트’라는 태양광을 충전하여 작동하는 태양광 LED 무드 등도 있습니다. 앞으로 그레이프랩은 버려진 소재와 다양한 적정 기술들을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사회나 환경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유학을 가기 전, 그리고 그레이프랩을 설립하기 전에 직업 경험들은 IT나 방송계쪽의 디지털 관련 분야였습니다. 디지털이라는 산업 자체가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스크린 안에서의 디자인되는 비즈니스인데, 그만큼 트렌드가 굉장히 빨랐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발견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해서 만들어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카카오 이모티콘 서비스는 당시에 힘들었던 웹툰 작가님들과 함께 일구어낸 성공적인 결과물이었습니다. 카카오 이모티콘 서비스 출시 전과 후의 웹툰 생태계가 변화하는 모습을 최전방에서 느끼며 공감했고 이러한 상황들을 경험하면서 더 어려운, 더 소외된 분들도 이런 상생의 수익 구조 시스템을 만들면 더 가치 있는 무언가들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더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싶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이모티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시스템 디자이너로 성장했고, 거기에 지속 가능함을 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에 처음에는 환경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영국의 샌드위치 패키지에 적힌 '우리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로 샌드위치를 만들지만 그것을 위해 냉장 항공 유통 시스템을 이용하진 않겠다.'라는 문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문장 한 줄은 '냉장 항공 유통 시스템'을 이용하면 더 신선한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지만, 환경에 영향을 끼치면서까지 꼭 이용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하는 듯 보였고, 차량 운반 시스템을 이용해 배송해도 충분히 신선하다는 답을 내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 부분을 보며 기업이 최고의 서비스와 제품이 아닌 환경을 먼저 생각한다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자원과 기술을 조금 빼는 작업을 디자인에 적용시켜보는 것을 시작으로 친환경적인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레이프랩을 운영하시면서 더 눈에 띈 환경문제나 윤리문제가 있으신지?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그레이프랩은 아직 완벽하진 않습니다. 완벽에 가기 위해 단계가 필요하고, 지금 우리는 이 정도를 해내고 있지만, 그다음을 가기 위해 또 하나의 다리를 건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자원 순환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예정입니다. 이제 더 이상 친환경 소재라고 해서 제품 자체가 친환경적일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프랩은 그런 소재뿐만 아니라 제품 디자인을 할 때 제품 하나에도 인생이 있다고 생각하고 만듭니다. 사람의 인생에도 삶과 죽음이 있듯이 제품도 태어나고 살아가다가 결국 버려지게 될 텐데, 제품이 태어나는 과정 속에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지를 보고, 제품이 버려질 때 환경에 부담 없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고려합니다. 그런 예로 저희는 100% 재생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고, 그 숨은 의미는 나무를 베지 않고 다시 원래 있던 토양으로 돌아가는 친환경적인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느린종이 / i’m waste based 전시도 진행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그레이프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계기와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그레이프랩 제품의 판매와 SNS 활동은 디자인 철학을 다 보여주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와 환경적인 의미 그리고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사회적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시를 하면서 그레이프랩이 가진 디자인 철학, 제품을 만드는 방법, 제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왜 재생지여야만 하는지, 우리는 왜 손으로 직접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가치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런 계기로 느린 종이라는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고, 느린 종이 전시의 가장 큰 의미는 현대 사회가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물건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입니다. 종이의 원료인 나무가 숲을 이루기 위해 수천 년의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을 지나 제품 하나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가치와 의미 그리고 시간들에 대해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i'm waste based 전시 역시 우리가 일상적으로 버리는 쓰레기에 대해서 유한한 시간과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물음 하는 것을 바탕으로 기획된 전시입니다.


if 디자인 어워드 프로덕트 부문 본상수상 축하드립니다. 디자인 본상 수상후 스튜디오 반응은 어떠셨나요?

아무래도 처음에 if 디자인이 대부분 큰 기업이나 대기업들이 많이 수상했던 이력이 있기에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본상 수상 소식에 관해 영어로 된 메일을 받았었는데 믿기지가 않아서 몇 번이나 확인하고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동료분들께 사실을 알렸더니 다들 너무 기뻐했습니다. 그레이프랩에서 함께하는 발달장애인분들도 수상을 이루어냈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을 굉장히 더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 관심사가 있다면?

그동안 그레이프랩이 많은 분들께 온라인으로만 소개되어 왔었는데, 그레이프랩의 지속 가능한 디자인 가치를 직접 체험하고 삶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는 오프라인 경험 공간으로 여러분에게 다가가고자 합니다. 그레이프랩 의 새로운 공간 프로젝트를 기대해 주세요.


앞으로의 활동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버려진 다양한 소재와 적정기술, 대체에너지가 결합된 더욱 멋진 아이디어로 무장한 디자인들로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고자 합니다. 빼기의 철학을 기반으로 우리 삶은 더욱 미니멀하게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작가 레지던스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더 많은 장애 비장애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나아가 더 많은 분들이 모두 함께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사회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영국 유학 생활부터 시작했던 습관인데, 매일 아침 아주 짧은 구절이라도 성경 책을 읽으며 좋은 마음과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좋은 문구를 읽으면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왠지 저의 생각을 더욱 멋있게 보이게 하는 만년필입니다. 남편으로부터 받은 선물인데 오래도록 간직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습니다.


나에게 힘이 되는 것

그레이프랩과 함께해 주시는 그레이프랩 팀과 항상 저희의 작은 발걸음을 응원해 주시는 고객님들과 팬들이 있기에 힘든 많은 과정들을 하나씩 극복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사랑이 가장 큰 힘이 아닌가 합니다.

그레이프랩 grape lab(@grape.labb) •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