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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외곽의 사람들 그리고 평범하고 따분한 사람들

- 서버번피플 김하늘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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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외곽의 사람들 그리고 평범하고 따분한 사람들

버려지는 소품의 재탄생, 서버번피플의 김하늘 작가

친구이자 동료. 작은 옥상에서 그들과 나눈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특정한 인물이 이 행해야만 하는 의무가 아닌, 누구나 함께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서버번피플. '그냥'이라는 단어로 무관심하지 않고, 어떠한 것도 놓치지 지 않도록 매 순간 긴장하며 사는 그들의 일상이 영감을 만듭니다. 그들의 섬세하고 주의 깊은 손길로 완성된 작품들과 담고 있는 생각을 소개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김하늘입니다.


어떤 작업을 하시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폐마스크를 재활용한 소재로 가구 시리즈를 만들고 있어요.


이 전에 혹시 폐마스크 작업 말고, 다른 가구 디자인 작업을 하셨던 걸까요?

대학교를 다니던 중 2년 동안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나무 목공 사업, 인테리어 사업을 했었습니다. 나무를 오래 만지다 보니 졸업 전시회 때 나무 외 다른 소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나무를 2년 동안 깊이 공부하고, 사업을 해봤던 경험이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소재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져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활용해 작업하게 된 계기와 가구를 제작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뉴스를 보는 습관 덕에 코로나 사태 이후 환경 관련 이슈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그중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느꼈던 마스크 폐기 문제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지는 마스크를 뜨거운 열풍에 대고 녹였다가 의자 형태의 거푸집에 다시 굳히는 방식입니다.


최근에 본 뉴스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있을까요?

환경 관련 뉴스는 아니지만, 최근에 '스우파' 댄서분들 이슈가 엄청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하셨던 분들께서 계속해서 꾸준히 노력하는 무언가들이 결국 빛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큰 감동이었습니다.

© 서버번피플 김우진
© 서버번피플 박성찬

동료분들을 소개해주세요.

총 4명이 한 팀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하늘)를 포함한 두 명(우진, 성찬)은 제품을 만들고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한 명(동휘)은 만들어진 작품들의 사진 촬영과 제품에 대한 글을 다듬어주시고 전시를 기획하는 비주얼 디렉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맴버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나요?

우진, 성찬 : 대학교 동기(동휘 포함)로 인연이 시작되었고, 휴학 후 복학하면서 세 명(하늘, 우진, 성찬)이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야간작업을 통해 서로 도와주는 협업의 관계였는데, 하늘이의 기획과 완성된 작품에 매력을 느끼게 되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making을 하면서 힘드셨던 점이 있으신가요?

우진, 성찬 : 폐마스크를 녹이는 작업이니 야외에서 주로 진행되는데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점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또 작품이 잘 나오지 않으면 속상하기도 합니다.

의자 하나를 완성하는데 많은 양의 마스크가 필요할 것 같아요. 필요한 마스크의 양과 어떻게 폐마스크를 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폐마스크 기부를 받으시기도 하시나요?

스툴 한 점 기준으로 대략 1,500장 정도 소요되며 의자는 4,000장 정도 소요됩니다. 교내에서 마스크 수거함을 설치하여 주기적으로 수거했지만 위생과 2차 감염의 우려 때문에 최근에는 공장에서 버려지는 마스크 자투리 원단을 공급받아 작업하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무언가를 새로운 무언가로 바꾸는 일인 작업을 하시면서, 더 보이게 된 환경 문제가 있나요?

뉴스를 보는 일 자체가 습관이 된 것은 아마도 제가 이슈에 민감한 사람인 탓이 큰 것 같습니다. 사회 전반적인 이슈에 관심이 있지만, 환경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업사이클 분야의 작업을 시작하고 난 지금 시점에서 관련 지식을 더 공부하게 되고 실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의자의 기능적인 면으로 보았을 때, 폐마스크 의자가 다른 의자에 비해 강점이 있나요?

두껍고 굵은 플라스틱 의자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자의 기능적인 특성상 튼튼한 것은 물론이고,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오염에 강하며 방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추가적인 기능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능보다는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중요한 작품입니다.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장 강한 메시지는?

의자를 만들면서 일부로 의자 디자인이나 형태를 평범하게 만들었습니다. '다 좋은데 의자 형태가 너무 평범한 것이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평범하게 제작한 이유는 "의자가 너무 예쁘지 않나요?"라는 디자인적 이야기보다는 "폐마스크가 의자로 재탄생하게 된 사실이 너무 놀랍지 않나요?"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더 부각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수치로 말씀드리자면 전 세계에서 하루 동안 1,300억 장의 마스크가 버려진다고 합니다. 그렇게 버려진 마스크의 재료는 플라스틱이므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환경오염이나 제로 웨이스트 같은 이슈들은 특정한 누군가(예를 들면 환경부, 그리피스 등의 단체)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닌 모두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경각심을 깨워주고 싶었습니다. 시각적으로 보이게 되면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마스크가 아닌 다른 버려지는 물건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마스크를 재활용하는 작업을 시작한 이후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일에도 관심이 생겼고 최근에는 폐타이어, 폐공병, 헌 옷 등 버려지는 다양한 소재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폐마스크 시리즈 외에 다음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될 예정인가요?

폐마스크 소재로만 1년 동안 작업을 하였습니다. 능동적으로 전시나 협업을 구상했다기보다는 제안을 해주시는 분들과 일 년 동안 제안 수락에 대한 일정으로 쫓기듯이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고, 팀 활동도 많이 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마스크와 비슷하게 버려지는 것이 다시 새로운 가치가 될 수 있는 소재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폐마스크의 경우 수작업 작품으로만 진행했던 기존 방식에서 더 나아가 제품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함께 브랜드를 생각하시고 계신다고 하시던데, 생각하신 브랜드명이 있나요?

서버번피플 (Suburban People), 직역하면 도시 외곽의 사람들이라는 뜻과 평범하고 따분한 사람들이라는 뜻이 공존합니다. 환경 이슈나 재활용 같은 일들은 특정한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평범한 누구나 실천하고 고민해야 하는 일이어야만 하고, 그런 사람들이 되고 싶어서 서버번피플 이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서버번피플 (Suburban People) 너무 매력적인 브랜드가 될 것 같아요. 어떤 브랜드 아이템을 구상 중 이신가요?

브랜드라고 목표를 새우긴 했는데, 아직 브랜드로써 무언가를 소개하기에는 힘이 많이 없습니다. 시작하는 단계라 작가들 넷이 모인 디자인 팀 스튜디오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일들 역시 하나의 팀으로 할 수 있는 작품이지 브랜드로써 어떤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올바르고 튼튼하게 잘 성장하여 추후 제품을 통해 만나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가 세월의 흐름에 의해 망가졌을 경우, 어떤 방법을 이용하여 재활용(다시 가열하여 망가진 부분을 고치는 것등)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의자가 크게 파손되는 일은 없겠지만, 만약 파손된다면 그 부분을 다시 녹였다 이어 붙이는 작업을 통해 고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의 경우 몇 번이고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주로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 편인가요?

디자인보다는 소재가 눈에 띄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재활용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며 모든 사물을 바라봅니다. 동료이자 친구이다 보니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툭하고 던진 말들에 살이 붙어 전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의 활동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독립적인 활동을 주로 했다면 내년에는 팀원들과 함께 팀 프로젝트를 준비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작품이 아닌 제품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많은 제품을 설비화 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시게되시면서 삶의 변화가 있으신가요?

우진 : 학교를 다닐 때는 정해진 과제나 수업 시간대로 하루를 보냈다면, 사회로 나오게 되면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분배 부분에서 좀 바뀐 것 같습니다. 아직은 체계적으로 사는 학생의 삶이 더 익숙해서 스스로 모든 일을 결정하고자 할 때 서툰 부분이 참 많습니다.

성찬 : 작업을 하면서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는 의미로 분리수거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따로 개인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작업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지만, 개인 작업에서도 환경을 고려한 부분이 작품을 만들 때 반영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은 가치관이 있으실까요?

우진 : 애초에 가구나 리빙 제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탓에 타인에게 무언가를 만들어 보여주는 작가의 성향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지향하는 부분이 아니기도 합니다. 팀으로써 같이 작업을 하면서 이런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여전히 개인적으로 알려지거나, 무언가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갈망이나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팀원에게 도움이 되고 함께 하는 것에 의미를 두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성찬 : 앞으로 프로젝트나 활동을 해나갈 때 '환경'키워드는 빠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작품은 예술이기 때문에 대중성과 예술성까지 겸비해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예술적인 부분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지?

성찬 : 저만의 색깔이 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최근에 패션 분야에 계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서로의 아웃핏(외적인 것)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한 분께서 '아웃핏'이라는 것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시며 자신의 색깔이 내면에 있다면 그 멋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는 말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하든 제 색깔이 강해서 저라는 사람의 멋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우진 : 리빙 가구를 만드는 작업 면에서 접근하기 쉬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늘이처럼 버려지는 무언가에 관심이 많고 이런 작업도 해보고 싶으신 분들이 계실 텐데, 전문적인 것이다 보니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더 성장하게 되어 더 다양한 소재와 작업을 하게 된다면 작업 면에서는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하늘 : 스스로 느끼게 되고 얻은 것이 많은 1년이었습니다. 올해 2월에 졸업해 아직도 대학생 같은데, 작가라는 타이틀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습니다. 모순된 작업이 아닌 진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폐마스크의 경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런 마음을 품고 작업을 하면서 일상생활 중에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작품의 색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작품이 줄 수 있는 영향력이 굉장히 크고 넓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현재 옥상 테라스에서 대부분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세상에 이런 부분이 비쳐 더 많은 분들이 영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모순되지 않은 작가와 작품을 통해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자기 전에 핸드폰으로 그날의 뉴스를 살펴봐요. 오늘은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어떤 사람들이 주목받았는지 등이죠. 그렇게 뉴스를 훑어보고 나서야 잠이 오는 것 같아요.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ㅎㅎ 제가 쓰는 모자요. 핏이 예뻐요.

나에게 힘이 되는 것

힘을 얻는다기보다는 원동력이 되는 편이 맞는 것 같은데요. 부모님, 그리고 같이 일하는 팀원들 생각하면 게을리 작업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김하늘 Haneul Kim(@neulkeem) •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