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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하여 더 새로워지는 가치

- 밀리언아카이브 정은솔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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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하여 더 새로워지는 가치

스타일ㆍ취향에 맞게 선택 가능한 빈티지 의류, 밀리언아카이브

이번 여름 내내 검은색 하와이안 셔츠를 주야장천 입고 다녔다. 밀리언아카이브 인터뷰 때 정은솔 대표가 세컨드히어로 멤버들에게 준 선물이다. 빈티지 셔츠는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탐내는 아이템이 되었다. 빈티지는 왜 매력적일까? 그들은 잘 포장된 새 상품이 갖지 못한 세월의 빛을 무기 삼아 자연스레 멋진 브랜딩이 된다. 이러한 빈티지를 주제로 특별한 취향을 수만 가지 수집하는 곳이 있다. 성수동의 핫한 빈티지숍 밀리언아카이브이다. 알록달록 색상의 옷들이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밀리언아카이브 매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밀리언아카이브를 운영하는 정은솔입니다.


밀리언 아카이브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성수동에 위치한 밀리언아카이브는 한두 달마다 컨셉이 달라지는 빈티지숍으로 주로 60-80년대 미국, 유럽에서 제작된 빈티지 의류를 판매합니다. 원피스만 모아놓은 원피스숍, 스웨터만 모아놓는 스웨터숍 등 한 가지 품목을 정해서 판매하거나 킬로그램에 따라 의류를 판매하는 키로키로마켓, 옷을 봉투 가득 담아 일정한 가격을 받는 티셔츠숍 등 무게나 부피를 통해 가격을 책정하는 마켓도 기획하고 있어요. 저희는 컨셉이 계속 바뀌는 방식이기 때문에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공지하고 손님분들이 거의 대부분 인스타그램를 보고 방문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빈티지숍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생 때부터 경제적 독립을 위해서 빈티지 의류를 계속 판매해왔어요. 길거리 노점부터 쇼핑몰, 편집숍, 플리마켓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했는데 본업이었던 그래픽디자인 일을 할 때도 플리마켓 기획이나 빈티지 판매에 계속 열정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2017년 이태원에 위치한 친구들의 작은 상점에게 우연히 팝업스토어를 열게 되었고 뜨거운 반응 속에서 준비한 옷이 모두 품절이 되어 용기를 얻었죠. 그 이후에 성수동에 작은 창고를 빌려 밀리언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마켓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숍을 오픈했을때와 현재, 달라진 점이 있다면?

5년 전 9평의 작은 공간부터 시작해서 현재 200평 통임대 매장까지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네요. 작은 자본으로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벤트 형식으로 한 달에 일주일 정도만 오픈할 수 있었고, 1년간은 그래픽디자인으로 버는 돈을 계속 투자하면서 버티는 기간이었어요. 현재는 수십 톤의 옷을 정기적으로 직접 수입하고 일주일 정도의 준비 기간만 빼면 계속 마켓을 오픈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한국에 브랜딩과 규모가 있는 대중적인 빈티지숍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며 계속 열심히 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고 지금은 처음 시작할 때 제가 그렸던 풍경에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구매했던 빈티지 의류는 어떤 것이었나요?

대학 때 처음 방문했던 광장시장에서 구매했던 패턴이 강한 일본 빈티지 원피스였어요. 제 취향의 원피스 수백 개가 걸린 광경이 저에겐 천국이었을 만큼 행복했는데 그런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고 싶어서 빈티지 판매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처음 구매했던 빈티지 원피스를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나요?

아뇨. 이사하면서 다 없어졌어요.(웃음) 하지만 소중한 옷들은 사진으로 다 남겨놨어요. 저는 이미 숍에 몇천 벌의 옷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즌별로 제가 판매하는 옷을 입고 한 계절을 보내고 있어요.

빈티지 의류를 잘 고르는 팁이 있나요?

아직 빈티지를 어려워하시는 분들은 자주 입어보고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빈티지는 모든 시대 속 유행의 모둠이기 때문에 선택지가 정말 다양하고 처음엔 어색할 수 있어도 자주 입다 보면 찰떡같이 어울릴 수밖에 없거든요. 매장에는 빈티지 의류가 최소 6천 벌 이상 걸려있고 계속 수백 벌이 업데이트되는데 워낙 다양한 디자인과 사이즈 그리고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입어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빈티지를 잘 모르셨던 분들도 편하게 방문하셔서 입덕하시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제품을 구매하러 온 고객들이 오랜 시간 머문다고 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오래전에 제가 빈티지를 구매했을 때, 어두운 매장 분위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숍을 환하고 깔끔하게 인테리어 했고요. 그리고 매장에 옷을 구경하러 가면 괜히 눈치 보게 되잖아요. 저는 그게 싫어서 눈치 보지 않고 오랜 시간 편안하게 옷을 둘러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편하게 입어보세요'라는 모토를 만들게 됐어요.

다양한 컨셉(원피스숍, 스웨터숍, 티셔츠숍, 키로키로마켓 등)에 맞춰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시잖아요. 가장 반응이 좋았던 컨셉은 어떤 것이었나요?

원피스 숍이 가장 인기가 많아요. 어떤 유튜버 분이 올려주신 원피스 숍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많은 분들이 와주시는 계기가 됐어요. 원피스 숍은 다른 숍들보다 연령층이 다양한 경향도 있어요. 사실 원피스가 입기 편하고 코디하기 좋잖아요. 시중에 없는 디자인이 수천 벌 걸려있으니 그런 점에서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프리미엄 텍이 걸린 가격대가 높은 제품이 따로 있는데, 그런 제품들은 마니아분들이 많이 찾으세요. 70년대 플로럴 드레스 같은 경우에는 어디에서 찾기 힘들기도 해서 저희 숍에서 많이 구매해 주고 계세요.

새롭게 시도하고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여성 창작자 플리마켓이요. 이전에 여성 창작자 플리마켓을 8번 정도 진행했었어요. 그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싶어서 넓은 공간으로 이사 오기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당장 시도하기 힘들어서 많이 아쉬워요. 저도 제 매장을 오픈하기 전에는 캐리어 하나 들고 플리마켓에서 의류를 판매했었거든요. 그게 얼마나 힘든지, 내 공간이 절실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공간을 지원해 주고 싶어요.

크리스마스 스웨터 숍 포스터의 모델이 매장 고객이라고 들었어요. 컨셉사진의 모델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저희는 거의 손님들을 모델로 써요. 이전 하와이안 셔츠 컨셉 사진 모델도 손님이에요. 옷을 구매하러 온 손님들 중에 스타일이 맞는 분이 있다면 연락처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받아서 모델 요청을 드려요. 먼저 모델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는 손님들도 있고요. 크리스마스 스웨터 숍 모델을 했던 친구는 중2 때부터 저희랑 3번 정도 촬영을 했어요. 지금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친구는 이 포스터 사진이 유명해져서 모델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와서 모델 일을 하고 있어요.

매 시즌마다의 컨셉사진이 남달라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매 시즌의 컨셉 사진은 제가 직접 촬영하고 있어요. 멋들어진 사진보다는 직관적인 컨셉을 잘 표현하려고 해요. 처음에는 제가 판매하는 옷을 친구들에게 입혀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 사진으로 포스터를 만들었고 그게 시즌별 마켓 때마다 대표되는 아트웍으로 발전했어요. 컨셉마다 화보처럼 나와서 '빈티지 숍에서 이런 걸 한다고? 재밌네!'라고 봐주시기도 합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빈티지 의류들을 판매하고 있어요.

저는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의류를 구매하고 싶었던 사람이었거든요. '희소가치 때문에 비싸게 판다!' 이런 마인드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여러 벌 구매할수록 할인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고, 고객분들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제가 빈티지를 구매했을 때 아쉬웠던 마음이 운영하는 측면에 많이 담긴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운영에 제약이 많을 거 같아요. 힘든 점은 없나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구매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온라인으로 판매해달라고 요청해 주시는 분도 많았고, 제가 좋아하는 옷을 골라서 올리게 된 게 시작이었어요. 저도 디자인 당 한 벌밖에 없으니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거든요. 확실히 빈티지는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적당한 상품군은 아닌 거 같아요. 왜냐하면 빈티지 의류들은 빈티지 특성상 조그만 오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돼요. 하지만 비대면 시대로 넘어온 이상, 최대한 좋은 방법을 찾아봐야 할 거 같아요.

본인에게 '빈티지'란 어떤 의미인가요?

시대를 초월하여 더 새로워지는 가치, 그리고 다양성인 것 같아요. 저는 수억 장의 빈티지를 보고 있어도 너무 재밌고 전혀 질리지 않는데,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그림을 감탄하며 넘겨보는 느낌이에요. 60-80년대 핸드드로잉 패턴이나 컬러, 그리고 그래픽적인 요소들은 현대의 그것보다 훨씬 섬세하고 새로운 감각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또한 다양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빈티지를 사랑하고 이 문화가 더 다채로운 풍경을 만든다는 것이 빈티지가 가진 큰 가치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밀리언아카이브 운영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서 이제 다음 꿈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지금은 다양한 나라에서 수입을 해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지만 조금씩 준비해서 나중에는 제가 직접 디자인한 옷을 수출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시대적 특성을 담은 컬렉션이라던가 멕시코나 동유럽의 전통의상이 담긴 섬세한 요소도 좋아해서 이를 반영하여 디자인한 옷으로 전 세계 빈티지 러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수년째 일만 하다 보니 건강을 많이 잃었는데 제 자신을 돌아보고 건강을 찾는 데에 노력하고 있어요. 헬스와 요가를 통해 조금씩 건강해지는 몸을 점검하고, 깨끗하고 좋은 음식만 먹으려고 노력해요.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저는 아무래도 60-70년대 빈티지 원피스가 가장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다양한 패션 스타일이 쏟아지던 시대에서 만들어진 만큼 자유롭고 유니크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빈티지 아이템인 것 같아요.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아무래도 밀리언아카이브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의 유쾌한 피드백이 가장 힘이 되네요. 저희 공간에 대한 애정이 담긴 후기 사진이나 응원의 말들을 디엠으로 주시곤 하는데 앞으로 더 멋진 마켓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성수동 밀리언아카이브(@millionarchive) •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