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동물 착취없는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을 담은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를 운영하고 있는 박진영, 신하나입니다.
비건 패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가장 큰 계기는 저희 둘 다 비건이라는 거에요. 브랜드를 처음 시작한 게 2017년 추석 즈음이었는데요. 저희의 필요에 의해 겨울옷 하나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어요. 특히 겨울에는 울이나 오리털 등 동물성 소재로 만든 제품이 대부분이에요. 그 외에도 사실 동물성 소재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실크도 동물성 소재고요. 면 제품인 줄 알고 구입한 제품에도 가죽 라벨이 달렸다거나, 천으로 된 운동화를 샀는데 깔창이 가죽이거나, 단추가 소뿔 단추인 경우가 많아요. 시중에 인조 가죽으로된 저렴한 제품은 많지만, 예쁘고 퀄리티 높은 제품들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이런 제품과 브랜드를 원하는 사람들이 우리 말고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옷을 만들 때 가장 우선으로 두는 원칙이 있나요?
가장 우선으로 두는 원칙은 디자인과 퀄리티입니다. 저희한테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너무나 당연한 디폴트이기 때문에, 디자인과 퀄리티를 우선으로 둔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저렴한 제품을 여러 개 구입하기보다는 좋은 제품을 한 개 구입해서 오래 사용하자”는 철학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그런 의도를 충분히 받쳐줄 수 있는 소재의 퀄리티와 완성도 높은 만듦새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보다 동물성 소재가 많잖아요. 옷을 만들때 소재가 한정적이라 힘들지는 않나요?
많이 힘들죠. 제가 예전에 다른 브랜드에서 일할 땐 쓰고 싶은 소재와 컬러를 다양하게 쓸 수 있어서 표현하고 싶은 것에 한계가 없었어요. 지금은 소규모 브랜드이기도 하고, 소재 또한 비동물성이어야 하니까 리서치를 하면 쓸 수 있는 컬러나 소재가 몇 개 정도밖에 안 나와요. 선택의 폭이 좁은 게 어렵죠. 예전에는 ‘흰 티를 만들고 싶다’ 하면 그냥 흰 티를 만들었었는데, 지금은 소재에 한계가 있다 보니 이 흰 티를 어떻게 예쁘게 만들어볼까? 거꾸로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보통은 디자인해놓고 디자인에 어울리는 소재를 찾아 사용하지만, 저희는 소재를 먼저 찾고, 이 소재에 맞는 디자인을 하는 순서, 역으로 가는 것 같아요. 어려운 미션 같은데 재밌기도 합니다.
제품 생산은 소량으로만 진행하시는 건가요?
아직은 작은 브랜드여서 그런 것도 있고, 재고 문제가 크기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옷이라는 게 시즌이 지나면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되고, 시즌이 돌아와도 새제품을 찾기 때문에 큰 문제긴 하죠. 다른 브랜드에 비하면 없는 편이긴 해요.
텀블벅으로 진행했던 펀딩 제품 중, 가장 인기가 좋았던 제품이 있나요?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카드 케이스요. ‘선인장’이라는 소재를 사용해서 이슈가 됐던 것 같아요.
선인장 소재라니,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제품에 대해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가죽 대체재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신 것 같아요. 보통은. 그리고 일반 인조 가죽보다는 식물성 기반의 합성 가죽이라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요즘은 다들 친환경 소재에 관심이 많아서 신기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최근 들어 많은 분들이 친환경 소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건 패션이라는 특성상 애로사항이 있을 거 같아요. 브랜드를 운영하며 어떤 게 가장 힘드신가요?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이 이슈이긴 하지만, 아직 작은 브랜드들이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는 다양하지 않아요. 그래서 소재 선택에 제한이 있다는 게 어려운 점이고요. 아직 가죽이나 모피, 울이나 실크 등의 동물성 소재라고 하면 고급 소재라는 인식이 강해서, 고객들에게 인조가죽이나 면 등의 비동물성 소재로 만드는 제품들의 제값을 이해시키는 게 힘들다고 느낄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디자인과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건 파티를 주최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브랜드 초반에 저희 제품을 보여드릴 수 있는 쇼룸이 없었어요. 클라우드 펀딩을 하는 동안 공간을 대여해서 해당 제품을 볼 수 있는 팝업 쇼룸을 열어볼까 했는데, 달랑 제품 하나만 보여드리는 것보다 더 재미있게 할 순 없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비건 음식을 판매할 셀러 몇 팀을 모집하고, 저희는 주최자인 동시에 파티에 참여하는 팀 중 하나인 것처럼 파티를 기획해봤어요. 그럼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적중했어요. 저희는 비거니즘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기 때문에 비건 문화를 알리는 게 저희 브랜드를 알리는 것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파티 이름도 ‘누구나 비건파티’ 라고 지은 게 말 그대로 누구나 와라, 누구나 비건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로 지었어요. 셀러가 다섯 팀 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파티였는데 2~300명이 모일 정도로 흥했고, 오신 분들이 재밌어하고 좋아해 주셨어요. 주기적으로 열면 좋겠다는 생각에 3번의 파티를 진행했었는데, 작년부터는 코로나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소개하는 비건 푸드 소개와 비건 밀키트 판매는 패션 이외의 활동영역 확장인가요?
저희가 처음에는 비건이나 비거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 타겟을 좁게 잡았어요. 패션 브랜드는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가 비건이라는 게 이제 막 시작한 우리 브랜드를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시켜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라면 적극적으로 이용하자 생각했어요. 비거니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런 브랜드가 왜 필요한지,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알릴 방법이 필요했고요. SNS를 패셔너블하고 완성도 높은 이미지로 꾸미는 것도 좋지만, 보는 재미가 있는 계정으로 운영하면 좋겠다는 나름의 전략이었어요. 공식 계정들이 내보내는 이미지는 광고 같다는 인상이 강하잖아요. 그런데 저희 SNS를 보면 우리가 평소에 먹는 것들이 캐주얼하게 올라오니까 캐주얼한 느낌도 들고, 소통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비건 밀키트 판매는 저희가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비건파티’에서 셀러로 만났던 봄날이라는 팀이 판매하시는 거예요. 수익과 상관없이 파티에서 만난 인연으로 저희 계정에서 판만 깔아드리고 있어요.
추천하고싶은 비건푸드가 있나요?
두부랑 브로콜리요. 요즘엔 편의점에도 비건 상품이 많이 들어오고, 마트에도 비건 메뉴가 많거든요. ‘비건 음식’하면 채소만 먹어야 하나? 샐러드만 먹어야 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실 수 있고, 내가 만들어서 맛있을까?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대기업에서 만드는 비건 음식들이 되게 맛있게 나와요. 베지 함박 스테이크나 두부 너겟도 맛있고, 편의점 삼각김밥도 맛있어요. 아! 라면도요. 음식점에 가서 비건 음식을 접하는 것도 좋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아요. 너겟을 살 때 베지 너겟을 사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거예요.
‘1% for the planet’에 가입하게 된 계기와 가입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달라진 점은 거의 없어요. ‘1% for the Planet’에 가입하기 전에도 꾸준히 수익의 일부를 기부해왔거든요. 그런데 굳이 우리가 1% for the Planet의 멤버임을 알리고 있는 이유는 기부는 알릴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때에 따라 기부를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의 1% 이상은 꼭 하겠다는 공식적인 약속이기도 합니다.
낫아워스가 추구하는 가치는 어떤 것인가요?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것. 모든것이 포화되어있는 세상에 물건을 더하는 사람들로서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이 쉽게 쓰레기가 되지 않을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많은 재고, 한 철 입고 버리는 옷들이 다 쓰레기라고 생각해요. 물건을 생산하는 게 끝이 아닌 이 제품을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지, 이 디자인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인지 등 제품의 미래와 끝에 대해 생각하면서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우리 제품을 사용해본 사람들이 우리 제품에 대해 ‘기본 디자인이지만 실루엣이 좋고 볼수록 예쁘고 만듦새가 좋더라’라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로서 계속해서 친환경 소재의 비율을 늘려나갈 계획이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벌리면서 브랜드를 탄탄히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하나: 아침에 따뜻한 물 한잔 마시기, 규칙적인 식사, 8시 이후 금식, 일주일에 2번 이상 운동.
진영: 없음
추천하고픈 오래된 물건
20년 넘게 쓴 아날로그 연필깎이. 건전지를 넣어 사용하는 자동 연필깎이도 있지만, 아날로그 연필깎이가 편한 것 같아요. 구조가 단순해서 잔고장도 없고, 쉽게 고칠 수도 있어요.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들은 수명이 짧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예를 들어 90년대부터 쓰던 포터블 시디플레이어는 아직도 멀쩡하게 돌아가는데, 그 이후에 산 아이팟은 컴퓨터와 호환이 안 돼서 금방 쓰레기가 됐어요. 기종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이어폰 단자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커피 핸드밀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귀찮기는 하지만 그 정도 귀찮음은 오히려 기분이 좋기도 해요.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책.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