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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변화시키는 최초의 선택

- 파아프 템페 장홍석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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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변화시키는 최초의 선택

콩의 발효와 건강한 먹거리를 고민하는 브랜드, 파아프 템페

삶은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변화합니다. 심지어 작은 선택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에서도 말이죠. 그중 우리가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는 음식입니다. 건강한 식자재는 일상에 특별한 기운을 선사하기 마련이니까요. 파아프는 발효의 어법으로 새로운 삶의 양식을 제안하는 브랜드입니다. 파아프가 그리는 발효 문화를 만나 보세요.

© 파아프 템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장홍석입니다. 저는 요리사를 꿈꾸며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지만 이후 연극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연기를 하다 무용에 관심이 생겨 한국예술종합대학 무용원 창작과로 진학해 무용수 및 안무가로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파아프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템페가 생소한 분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템페는 약 1,000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의 전통식품으로 한국의 청국장, 일본의 낫또와 더불어 세계 3대 콩 발효식 품으로 콩과 템페균이 만나 만들어지는 발효 식품이에요. 파아프 템페는 GMO 콩이 아닐 뿐더러 국산 콩을 사용하기 때문에 월등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것이 특징이죠. 누군가는 버섯의 향을 느끼고, 다른 누군가는 치즈의 풍미를, 청국장의 맛을 느끼기도 합니다. 요리의 방법에 따라서 맛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기에 템페의 맛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데요. 결국 발효의 완성도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 파아프 템페

무용수 일을 하시다가 템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안무가 및 무용수로 활동하던 시절, 직업 특성상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공연을 했는데요. 공연차 방문한 인도네시아에서 템페를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요리와 식재료에 관심이 많아서 어떤 새로운 영역을 발견한 기분이 들더군요. 이후 템페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꽤 흔한 식재료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템페를 먹어보기 위해 이태원 수입식품점을 찾았고 템페 봉지를 뜯는 순간 이상한 냄새와 동시에 템페 특유의 곰팡이를 찾아볼 수 없었어요. 역시나 맛이 없었죠. 뭔가 금방 쉴 것 같은 생선회를 먹은 기분이었어요.

그로부터 1년 후 다시 방문한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큐레이터께서 템페 발효 현장을 보여주셨어요. 이후 본격적으로 템페 발효 방법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템페 사업을 하고 있는 컴퍼니를 찾아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기회로 일본에서 약 5개월 정도 템페 발효 방법에 대해 배웠고, 한국으로 돌아와 템페 발효 실험을 하게 됐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사업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단순히 발효에 대한 호기심이었죠. 마치 연금술 같은 발효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 파아프 템페

일본에서 템페 발효 방법을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와 발효에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대략 6~7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무용 일과 템페 발효를 병행하고 있어요. 템페에 100% 온전한 시간을 쏟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 했습니다.


일본에서 배운 템페 발효 방법이 우리나라에서 온전히 적용됐나요? 변수가 많았을 것 같아요.
나라마다 기후가 달라서 그 부분을 디테일하게 교정했어요. 일본에서 발효를 배울 때는 시간대별로 온도, 습도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있었어요. 하지만 일본과 다른 기후를 가진 한국에서는 맞지 않은 데이터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후에 맞춰 데이터를 다시 만들었어요.

© 파아프 템페
© 파아프 템페

콩 농사를 2년째 진행하고 계시잖아요. 농사를 지어본 소감이 궁금해요.
콩 농사는 보통 6월에 파종하고 12월에 수확해요. 이번 6월에 두 번째 파종을 진행했어요. 두 번째 농사이다보니, 시스템도 잡히고 작년보다 좀 더 수월해졌어요. 쌀 한 톨, 콩 한 쪽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걸 직접 농사를 지어보면서 느끼게 됐어요. 직접 농사를 지어보면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한 재료를 찾을 것 같아요.

팀원들과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잡초를 뽑고, 땅을 밟고, 거름을 만들고, 물을 뿌리는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삶이라는 단어가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어떻게 보면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잊어버리고 산 거 같아요. 농사를 하면서 삶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자연이 선사하는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 파아프 템페

다른 나라의 템페와 비교했을 때, 파아프 템페만의 차별점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템페를 생산할 때 식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식초를 넣지 않아요. 다른 업체들은 대량 생산을 위해 템페에 식초를 사용해요. 식초를 사용하면 1차 발효만 하면 되기 때문인데요. 템페 균이 자라기 위해서는 적절한 산도가 필요하기에 식초를 넣어 산도를 유지하게 해주는 거죠. 식초를 넣는다는 것은 일종의 첨가제를 넣는다는 건데, 제가 생각하는 발효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저희는 자연적인 발효를 위해 콩에서 나오는 배양액에 템페를 넣어 한 번 더 2차 발효를 진행합니다.


그렇다면 식초를 첨가한 템페와 배양액을 넣어서 2차 발효를 거친 템페의 맛의 차이도 확연히 다른가요?
네, 확연히 다릅니다. 저는 식초를 사용해 만든 템페는 비교적 발효가 약하다고 생각해요. 배양액으로 2차 발효한 템페가 맛이나 풍미가 더 진하고 발효의 맛이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템페 뿐만 아니라 콤부차, 템페칩 등 다양한 재료로 연구를 하고 계세요.
저희는 발효라는 개념으로 확장시킬 계획인데요. 그중에 하나가 신제품 개발이에요. 지금 테스트하고 있는 것들 중에는 콤부차와 템페칩 등이 있고요. 발효 스튜디오에서 계속 테스트하고 테이스팅 할 예정이에요. 또한 워크숍이나 포럼 등을 통해 발효 문화를 계속 만들어 가고 싶어요.

한국-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 파아프의 템페가 만찬 재료로 올랐다는 기사를 봤어요. 반응이 어땠나요?
인도네시아 템페보다 맛있다고 해주시고, 반응도 아주 좋았어요. 김치를 만드는 프랑스 사람이 한국 사람에게 김치가 맛있다고 인정받는 느낌이랄까요.(웃음) 템페는 인도네시아 대표 식재료로 한국의 김치와 같은 존재거든요. 그때 윌리엄 웅소 셰프님도 같이 오셨는데, 그분이 말하기로는 발효를 할 때 식초를 사용하지 않는 것과 한국 콩을 사용해서 더 맛있는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인도네시아는 콩이 잘 자라는 기후가 아니에요. 그래서 대부분 중국이나 미국에서 콩을 수입하는데, 대부분 GMO 콩을 많이 사용해서 차이가 큰 편이죠. 저도 템페를 테스트할 때 캐나다산, 미국산 등 여러 나라의 콩을 사용하여 템페를 테스트해봤는데요. 확실히 우리나라 콩이 맛있더라고요.

© 파아프 템페

몸을 움직이며 진행하는 움직임 워크숍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무용을 전공해서 현재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인들이 많이 있어요. 김바리와 주나모로 이루어진 무용가 듀오인 ‘바리나모’와 첫번째 움직임 워크숍인 <변화의 몸>을 진행했어요. 생소한 워크숍이기에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워크숍을 들으러 온다는 기대를 안 했어요. 바리나모의 팬들이 워크숍을 들으러 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저희가 올린 공지를 보고 워크숍을 신청해 주신 분들도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어 하셨는데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고 몰입해 주셨어요. 살면서 몸을 쓸 일이 많이 없잖아요. 움직임 워크숍을 하면서 내가 내 몸을 새롭게 보고, 내 몸을 통해서 타인의 몸을 관찰할 수 있고, 타인의 몸을 관찰하며 내 몸의 움직임을 상상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워크숍이 끝나고 ‘이런 게 있었군요,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발견 했을까요?’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어요.

© 파아프 템페

말씀 주신 <변화의 몸>처럼 다양한 워크숍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발효라는 개념에 대해 공부하면서 균이라는 게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몸 안과 밖에 셀 수도 없을 만큼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균은 우리가 지구상에 없던 때에도 공기처럼 존재했으며, 호흡을 할 때마다 공기 중으로 균을 뱉어내고 또 빨아들이고 있지요. 이처럼 균의 움직임을 보며 ‘발효는 움직임이다. 움직임은 발효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발효는 움직임이다. 움직임은 발효다”라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모든 것의 움직임이 대표님에 가장 큰 매개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발효와 몸, 움직임은 밀접하게 붙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무용이라는 장르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몸으로부터 상상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무용수로 활동했기에 많은 부분 몸으로부터 상상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쩌면 우리의 몸이라는 공간이 균을 위한 하나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성수동에 있는 발효 스튜디오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요?
성수동 '파아프 랩(PaAp LaB)' 공간은 기본적으로 PaAp의 발효 실험실입니다. 발효라는 맥락을 바탕으로 다양한 발효 실험을 진행하며 파아프가 꿈꾸는 미래의 그림들을(에너지, 농업, 발효 실험, 문화, 워크숍) 작은 단위로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PaAp LaB은 '오늘을 수집해 파아프의 미래를 위해 저장하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 파아프 템페

농부시장 마르쉐에서도 템페를 구매할 수 있어요. 처음 셀러로 참여하여 템페를 판매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2018년 7월 마르쉐에서 처음 템페를 판매했어요. 그때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게, 템페에 대한 질문을 수천, 수만 번 받았어요. 저 역시 똑같은 이야기를 수천, 수만 번 반복하고 너무 힘들어서 당시 집으로 돌아가서 완전 뻗었거든요. 근데 반응도 좋고 제품을 좋아해 주시니까 너무 좋은데 동시에 힘들었어요. (웃음)

그러면서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마르쉐에 참여하고 있는데, 매회 조금 반응이 달라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질문을 많이 받았던 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템페 주세요.’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늘어났어요. 인터넷으로 구매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주기적으로 마르쉐에서 구매해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마르쉐에서 처음 템페를 판매했다 보니 고향 같은 마음도 있어요. 마르쉐에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게 좋았던 것 같아요.

파아프 템페가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나요?
PaAp의 풀네임은 ‘PART all ALL part’입니다.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고 전체는 결국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 네이밍은 순환의 고리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는 발효의 과정과도 닮아 있습니다. 끝이 없는 가능성과 다양성의 세계를 발효 문화로 보여주는 기업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자체적인 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바이오 가스 키트 제작을 논의 중인데요. 바이오 가스는 열에너지 또는 전기에너지로 사용이 가능하고 퇴비와 액비는 농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는 순환의 구조를 생각하고 있어요. 이러한 비전을 파아프 랩에서 작은 단위로 실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파아프 2공장에 도입할 예정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아침저녁으로 거울 앞에서 내 몸을 관찰합니다. 신체적 균형을 관찰하고 인지한 후 스트레칭을 가볍게 진행해요. 이렇게 나의 몸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나의 몸은 스스로 균형을 잡아갑니다.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살면서 딱히 ‘아끼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없습니다. 굳이 하나 꼽아보자면 방대한 자료가 들어있는 맥북.

당신이 힘을 얻는 것
오설영(아내), 장지유(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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