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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참새들을 위한 방앗간

- 플라스틱 방앗간, 김자연 매니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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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참새들을 위한 방앗간

폐플라스틱을 다양한 굿즈로 변화시킨, 플라스틱 방앗간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명쾌한 해답을 내릴 수 없는 시대에 새로운 양식을 제안하는 히어로, 플라스틱 방앗간은 전국의 플라스틱을 수집해 특별한 오브제를 탄생시킨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화기획분야의 일을 하는 김자연입니다. 지금은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플라스틱방앗간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있습니다.

어떻게 플라스틱 방앗간을 시작하게 됐나요?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있지만 ‘과연 내가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회의감과 의문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쉽고 멋지게 행동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국내 재활용 시스템에서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재로 분류되지 않고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회용품을 남용하게 하는 지금의 소비문화가 환경에 얼마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지 깨닫고,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재활용도, 재사용도 아닌 덜 쓰고 덜 버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함께 실천하고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방앗간이라는 이름에 담긴 이야기가 있나요?

저희 공정 과정이 방앗간에서 떡 만드는 거랑 굉장히 흡사해요. 원재료인 플라스틱을 가루를 내고, 그것을 재성형을 하는 형태가 방앗간이랑 굉장히 흡사해서 방앗간이라고 짓게 됐어요. 또 플라스틱이란 단어와 방앗간이란 단어가 같이 잘 쓰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각인이 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프로젝트 참여자를 ‘참새클럽’이라고 칭하시더라고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말처럼,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시민들이 모인다는 뜻으로 참새클럽이라고 칭하게 되었어요.

참새클럽에는 MZ세대 비율이 높다고 알고 있어요. MZ세대의 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국내에서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트렌디해진 건 최근의 일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에코 프랜들리 라는 단어가 붙는 환경 관련 상품이나 캠페인, 활동이 가지는 이미지나 브랜딩은 친절하고, 선하지만 그래서 약간은 고루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저희는 환경을 위한 실천이 멋지고, 자랑하고 싶은 모양새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만들어지는 상품도 일단 예쁘게, 그래서 소유욕을 자극해야 세상의 수많은 새 플라스틱 상품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국내외에서 환경이 트렌드가 되면서 MZ세대의 소비문화가 단순히 기호나 필요를 넘어서 ‘가치’에 의해 소비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데, 그 지점에서 플라스틱방앗간과 참새클럽 브랜딩이 그들의 취향과 맞았던 것 같아요.

전국에서 모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면 기분이 어떠세요?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동참하고 있고, 생활 속 실천을 하고자 한다는 사실은 분명 기쁘고, 희망적이지만 이렇게나 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버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의 노력은 분명히 중요합니다.

쌓여 있는 플라스틱들을 보면 이렇게 참새님들 각자의 노력이 모여 사회적인 담론과 움직임을 만들고, 그 움직임이 정책과 제도의 개선, 플라스틱 생산 단계부터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로 보여요. 커다란 숙제지만 참새클럽과 함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간혹 잘못된 재질이 수거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플라스틱의 경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포함되지 않는 소재입니다. 이 말은 즉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소재 및 재질 표기 의무의 대상에 플라스틱 제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인데요. 예를 들면 치약의 경우 뚜껑 플라스틱의 재질은 몸체인 라벨에만 표기되어있고, 뚜껑 자체에는 표기되어있지 않습니다. 재질끼리 분류하는 것이 재활용의 첫번째 순서인데, 그부분에 있어 재질 확인이 되지 않아 플라스틱 방앗간의 재료로 분류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많다는 뜻이죠.

그 외에도 라벨이나 패킹이 인쇄되거나 부착되어 플라스틱 외의 다른 소재가 분리되지 않는 경우, 복합재질의 플라스틱인 경우는 재활용이 어렵고, 플라스틱방앗간의 수집 품목에 해당되지 않는 재질의 플라스틱인 경우들을 일일히 확인하고 분류해 분리배출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디자인 공모전도 진행하셨는데,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나요?

136개의 디자인들이 모였는데,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가 많았습니다. 플라스틱으로 재활용이 가능해야 하며, 본드 등 분리가 불가능한 접착, 조립 방식을 제외하는 디자인이어야 하는 등 어찌보면 까다로운 디자인 조건을 내걸고 진행한 공모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참여도가 높았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투표로 최종 1작이 선정되었고, 지금은 샘플 제작 테스트 등 상품으로 개발을 시작하는 준비단계입니다. 가을에 크라우드펀딩으로 오픈하려고 계획중인데, 제작과정이 어렵기도 하지만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향을 실험하는 게 설레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방앗간을 운영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국내 플라스틱 관련 이슈를 SNS를 통해 공유해 의견을 물어본 적 있는데,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 저희가 하고자 하는 말과 같을 때였습니다. 게시물 내용은 화장품 용기가 유색이며 복합소재, 재질이라 재활용이 굉장히 어려운데, 2025년까지 생산품의 10% 이상을 역회수하겠다는 협약에 참여할 경우 재활용등급 표시 대상에서 예외를 주겠다는 내용이었어요.

환경단체들과 제로웨이스트샵들, 시민들의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낸 ‘화장품어택’ 행동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회수율 목표치와 기간을 높혀 등급표시 유예 규정을 강화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작은 플라스틱을 모으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제품의 종류 수 만큼 다양하게 존재하는 플라스틱 문제와 현안들에 목소리를 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던 경험이었습니다.

말씀하신 ‘화장품어택’과 같은 행동처럼, 다른 환경 관련 운동에 참여하시기도 하나요?

그렇죠. 저희가 서울 환경연합이다 보니 서울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환경 이슈들에 대해서 시민분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지금 용산 미군기지가 나간 부지를 생태공원으로 만드는 활동을 하는데, 그 부지가 굉장히 오염이 돼있어요.

그래서 오염된 부지를 깨끗하게 만들고 실제로 동물들과 자연이 숨쉴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만드는 서명 활동을 하기도 하고, 탄소배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탄소잖아요.

그래서 이를 줄이기 위해서 따릉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캠페인이라던지, 한강에 살고 있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회복한다던지 이러한 활동들을 플라스틱 방앗간 외적으로도 하고 있어요.

더 나아가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환경을 위한 멋진 행동과 실천의 가지수를 늘리고 싶어요. 병뚜껑을 모아 플라스틱 방앗간에 전달하는 활동도 물론 멋지지만 그 뿐만 아니라 지리산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케이블카 설치를 막는 것, 원자력발전소를 줄이고 태양광발전소를 늘리는 것, 한강이 잘 흐르게 하는 것과 서울의 공원을 지키고 늘리는 것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환경을 위한 멋진 실천거리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방앗간을 통해 환경을 위한 행동을 시작하신 분들께 다양하게 알려드리고 함께하자고 권유하고 싶어요. 멋진 방법으로요!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답변을 생각하는 데 가장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텀블러와 다회용빨대를 사용하는 것은 왠지 너무 당연한 루틴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서울에서 찾기 힘든 숲향기를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찾아다닙니다. 출근하는 길에 피어있는 라일락이나 아카시아 꽃향기를 충전하듯이 열심히 맡으면서 출근합니다.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아침 너무 기뻐요.

추천하고픈 오래된 물건

모카포트! 정성들여 내리는 재미가 있고, 맛도 더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캡슐을 계속 사용해야 하고 크기가 큰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훨씬 환경적이고 작아 여행갈때도 가지고 다닐 수 있어요. 소꿉놀이 하듯 오밀 조밀 손을 움직여 커피를 내리면 기분이 좋아요.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면 훨씬 더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스웨덴으로 짧은 유학을 다녀왔는데, 그때 만난 선생님이 주신 편백나무 조각과 옥색 조약돌이 있어요. 그 선생님이 살아온 삶과 하고자 하는 일, 주관을 본받고 싶기도 하지만 생각이 필요할 때나 생각이 필요없을 때 가만 가만 문지르면 편안해집니다.
유학시절 즐거웠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줘서 힘이 돼요!

플라스틱방앗간(@plastic_mill) •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