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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지키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연

- 시셰퍼드 코리아 박현선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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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지키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연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

올해 가장 화두가 되었던 다큐멘터리는 <씨스피라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바다의 상태를 늦게나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바다의 건강을 위해 직접 행동하는, 무엇보다 소중한 바다를 지키고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함께하는 동료가 있어 버틸 수 있었던 시셰퍼드 코리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시셰퍼드 코리아 대표 박현선 활동가라고 합니다. 생업으로는 작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셰퍼드 코리아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시셰퍼드 코리아는 글로벌 해양환경단체인 시셰퍼드의 미션에 동의하며, 아시아지부에 속해있지만 독자적으로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100%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풀뿌리 단체입니다. 해변 청소, 수중 청소 등의 정기 활동을 하고 있고 매년 한 가지 메인 해양 이슈를 정해서 이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핵심 미션은 해양 서식지 파괴를 중단하고 해양생물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 시셰퍼드 코리아

시셰퍼드의 로고가 굉장히 강렬해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요?

그게 좀 복잡해요. 저희 블로그에 가면 정식 해석이 나와 있어요.(웃음) 검은색 바탕은 멸종, 생명의 끝, 바다의 죽음을 의미해요. 위에 있는 해골은 바다 생명의 감소와 멸종의 원인인 인류를 상징하고요. 해골의 이마 부분에 있는 돌고래와 고래는 음과 양을 상징해요. 이들 모두 바다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시키는 일을 해요. 바다의 조화로움은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명의 기반입니다. 다른 말로, 바다가 죽으면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뜻이죠. 해골 아랫부분에는 보호를 상징하는 목동의 지팡이와 공격성을 의미하는 삼지창이 교차하는데요. 이 둘은 시셰퍼드의 철학인 "공격적 비폭력"을 대변해요. 삼지창에 박힌 돌고래는 우리가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바다 생명의 보호에 힘을 집중시킨다는 것을 상징해요.


해양환경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오래전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고아원, 장애인 전용 치과, 맹학교 등에서의 다양한 일을 경험했어요. 한때 금산에서 두꺼비가 알을 낳으러 산에서 저수지로 내려가는 시즌이었는데, 가는 길에 2차선 도로가 하나 있었어요. 그런데 도로를 건너다가 로드킬을 당해서 다 죽는 거예요. 그 지역에서는 멸종 위기종인 아이들이었는데 그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도로를 잘 지나갈 수 있게 안전통로를 만들어주는 자원봉사자를 뽑았고, 거기에 별생각 없이 지원하게 됐어요. 여러 설명을 들으면서 이렇게까지 몰랐던 문제가 있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계기로 환경문제에 대해서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쯤 시셰퍼드 코리아에서 첫 창단 행사를 했고 그곳에 가보니 시셰퍼드의 가치관이나 미션이 마음에 드는거에요. 여기다! 생각해서 그때부터 지원서를 내고 지금까지 함께하게 됐어요.

© 시셰퍼드 코리아

요즘 해양생태계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인가요?

해양쓰레기 문제와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를 중심으로 대두된 상업어업의 문제입니다.


올해 시셰퍼드 코리아의 해양 이슈는 상업 어업이라고 하셨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개인이 이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생선을 먹지 않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어떻게 이 문제를 접근할까 고민했어요. 현재 상업 어업이 대량화된 공장식 시스템으로 되어있는 게 문제거든요. 그로 인해 해양 쓰레기인 폐 어망과 폐 어구들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하는데, 폐 어구로 인한 해양 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 문제를 널리 알리는데 초점을 두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 시셰퍼드 코리아

그렇다면 수중 청소, 해변 청소를 할 때 폐 어구나 폐 어망이 많이 나오나요?

엄청 많이 나와요. 폐그물 같은 경우에는 수중 청소를 할 때 많이 수거하고 있어요. 해변 청소를 할 때는 대형 양식 스티로폼이 제일 많이 나오고 낚시 용품 관련된 쓰레기도 많이 나와요. 바닷속과 겉의 상태가 생각보다 많이 심각합니다.


현재 바다의 상태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해주세요.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사실 해변 청소는 겉으로 봐도 쓰레기가 많으니 당연히 문제가 되고요. 수중에 들어갔을 때는 '바다의 사막화'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 황폐하고 아무것도 없어요. 어업 방식 중에 저인망 어업이라는 게 있는데, 축구장 만한 크기의 그물에 무거운 추를 달아서 어업을 하는 거예요. 바닥을 쓸면서 어업을 하니까 그 해역에 있는 어류들이 죄다 잡히는 것과 동시에, 바닥을 쓸면서 해저 생태계도 망가져요. 산호나 해초 등이 다 쓸리니 바닥에 아무것도 없이 황폐해지죠. 그리고 수중 청소를 하면 바닷속에 있는 폐 그물과 폐 통발에 갇혀있는 수중생물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생물들을 풀어주는 일들을 하곤 합니다.

© 시셰퍼드 코리아

고래 혼획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고 들었어요.

저희도 그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당연히 우연한 혼획은 아니죠. 말이 안되는 단어인거에요. 혼획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연하게 잡혔다는 건데, 비의도적 혼획 이라는게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랑 비슷한 어감이잖아요. 그게 너무나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수치상으로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어요. 각 나라들의 혼획에 대한 연간 통계를 보면 미국은 10마리 미만으로 잡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천마리 이상이 혼획으로 잡혔다고 해요.


이런 연간 수치를 봤을때 우리나라가 포경을 허용한 나라 같아요.

맞아요. 다들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거죠. 통계적으로 봤을 때 우연으로 볼 수가 없어요. 최근 고래 고시가 계정 됐는데, 혼획에 대한 내용은 그대로 유지거든요. 이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면 돼요. 근데 고래고기를 유통, 판매하는 나라에서 법 개정을 하지 않으려고 하죠.

또한 언론의 보도 윤리의식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아요. 고래가 잡혔는데 로또라는 단어를 쓰는 거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최근에 "누구를 위해 고래 사체에 영수증을 붙이냐."라는 기고문을 냈어요. 사체에 자꾸 돈을 부쳐서 자극적인 보도를 하며 고래가 잡힌 본질을 훼손하는 거죠.

© 시셰퍼드 코리아
© 시셰퍼드 코리아

수족관에 갇혀 있는 돌고래의 방류를 위한 활동을 하고 계시죠?

네. 지금도 계속 활동하고 있어요. 방류하는 게 쉽지 않지만,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니까요. 어제가 제돌이 방류한지 8년째 되는 날이었어요. 제돌이를 무사히 방류했고 지금도 잘 살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거예요. 이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적어도 새로운 돌고래를 수입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예요. 저희를 비롯해서 많은 환경단체에서 돌고래 방류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캠페인 외에도 진행하고 있는 다른 프로그램들이 있나요?

다이빙 강사분께서 활동가로 들어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에코 다이버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고 해양생태계 보존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씨스피라시', '블랙피쉬', '미션블루', '나의 문어 선생님' 등의 다큐를 추천합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해양환경보호 활동을 추천한다면?

모든 바다의 문제는 상업어업으로 귀결된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므로 개인이 할 수 있는 해양환경을 지키는 가장 손쉬운, 또한 파워풀한 방안은 채식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 시셰퍼드 코리아
© 시셰퍼드 코리아

요즘 관심사와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해요.

고래고시 개정안에 특히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해양포유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도적 혼획이 중단돼야 하는데 현행으로는 의도적인 혼획을 막을 길이 없어 밍크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우선 상업어업 문제를 알리는데 집중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고래고시 개정, 수족관 돌고래 방류, 대형 해상 토목 공사 저지, 해양쓰레기 수거 등을 계속 해나갈 계획입니다.

매일 혹은 자주 반복하는 나만의 루틴은?

매일 3장의 글을 쓰는 것입니다. 또 30분간 자전거를 타는 것도 매일 반복합니다.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텀블러


당신이 힘을 얻는 것이 있다면?

동료들입니다. 환경운동을 하면서 무너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그때 동료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활동을 해올 수 없었을 겁니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seashepherd_korea) •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