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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어떤 것을 맑고 깨끗한 가치로 바꾸는 탱크

- 셉틱탱크 손기쁨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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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어떤 것을 맑고 깨끗한 가치로 바꾸는 탱크

지속가능한 제품ㆍ친환경 패션 편집숍, 셉틱탱크

지구는 둥근 '구'의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출발하여도 결국 순환되는 지구를 닮은 브랜드가 여기 있습니다. 지구를 아프게 하고 환경을 위협하는 어떤 것들을 가득 정화조에 품어, 새롭고 아름다운 가치로 바꾸는 중인 셉틱탱크. 내일의 가치를 고민하는 많은 분들이 셉틱탱크 안에서 연결되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활짝 문을 열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속 가능한 의류 브랜드 셉틱탱크(SEPTIC TANK) 디자이너이자 디렉터 손기쁨입니다.


셉틱탱크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셉틱탱크'는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셉틱탱크의 뜻은 '정화조'입니다. 거래처에서 염색 공장과 정화조 주제로 대화를 나눈 이후 뇌리에 박힌 '정화조'가 당시 생각해오던 브랜드의 가치관과 일치한다고 생각해서 셉틱탱크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생산방식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방식으로 최소화하고 있나요?

현재는 작은 브랜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지키려고 합니다. 소재를 구함에 있어 가격이 높더라도 유기농 코튼, 천연 원단 혹은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하거나, 시즌이 지나 폐기될 운명에 처할 재고 원단을 사용합니다. 한 가지 더 특별한 점은 회수 시스템인데, 제품을 오래 입고 폐기할 시점이 올 때 업사이클링, 리빌드 하여 순환고리를 완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제품을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또는 나만의 철칙이 있나요?

생각하는 환경친화적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 있고 생애 주기가 긴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디자인적 측면에서 감도가 높을 것, 트렌드에 관계없이 긴 시간 착용 가능할 것, 퀄리티가 좋을 것, 그리고 셉틱탱크만의 고유한 특징이 녹아있는 의류를 만드는 것이 철칙입니다.

모든 의류에 <무료 회수 시스템>이 있는걸로 알고 있어요. 시작하신 계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옷의 시작과 끝을 생각하다가 회수 시스템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중고로 판매하거나 기부하여도 최종 종착지는 결국 폐기입니다. 이에 소비자들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리폼하거나 교환하며 생애 주기를 늘리는 것도 좋겠지만, 대부분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에는 동기부여가 잘 안됨을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생산자가 가이드라인을 주고 리워드를 통해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셉틱탱크에서 만든 옷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생산해 내기만 하는 것이 쓰레기를 만드는 쪽이라는 부채감을 갖게 되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셉틱탱크만의 <무료 회수 시스템>, 수명이 다한 제품은 어떤 시스템으로 업사이클 되나요?

아직 신생 브랜드이기 때문에 제품의 수명이 다하려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그 동안에 업사이클, 리빌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가방이나 지갑, 굿즈, 인테리어 소품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아이템의 디테일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분류할 예정입니다. 혹은 일정 포인트로 환급하는 시스템입니다.


무료 회수 시스템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현재로는 무료 회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2021년 03월 시작된 셉틱탱크는 무료 회수가 이루어지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라 생각하기에 회수 시스템을 최초로 이용하시는 기간이 5~10년 사이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옷은 매일 입지 않아도, 10년 이상은 옷장 안과 세상 밖을 공존하며 함께한다고 믿습니다.

셉틱탱크를 시작하시면서 혹은 운영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요?

SPA 브랜드처럼 대량 생산이 결국 자본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커지면 효과적인 자원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시즌마다 쏟아져 나오는 제품들은 제가 가진 가치관에 역행하는 일이 됩니다. 또 아무리 회수 시스템이 있다 한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원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입니다. 그걸 원하게 만드는 일이 제가 완수해야 할 목표입니다. 시작부터 고민이 많았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전에 패션쪽 관련된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패션 브랜드에서 생산 및 디자인을 겸비한 다양한 업무들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작은 브랜드여서 지원들이 모두 택배를 함께 보내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였는데, 한 제품의 발송 준비를 할 때마다 생기는 비닐 포장재들이 넘쳐났습니다. 아무래도 패션 브랜드다 보니 반품이 될 수밖에 없고, 반품된 옷은 새 패키지로 발송돼야만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비닐 포장재를 사용해야만 하는 구조였습니다. 몸소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비닐 쓰레기들을 보면서 수많은 패션 브랜드에서도 동일한 구조일 텐데 하는 생각까지 닿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거기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니 지금의 셉틱탱크가 만들어졌습니다. 보통 사업을 할 때 작게 출발하여 점차 규모를 늘려가는 방향으로 시작되는데, 좀 무모하다는 느낌이 들어도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어설프더라도 가치를 담은 브랜드를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브랜드 쇼룸과 함께 제로웨이스트샵을 함께 운영하고 계세요. 오프라인 공간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홍제천 산책길 바로 앞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은 업사이클링 제품을 연구할 작업실을 준비하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랜 꿈이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과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환경친화적이게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득히 먼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작게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제로 웨이스트 숍을 함께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또 지속가능성에 대해 공통된 가치관을 가진 다양한 국내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15년간 홍제동의 어린이집이었고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여전히 묻어있는 따뜻한 공간입니다. 여름 내내 땀 흘려가며 직접 공사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어가서 정말 애정이 많이 갑니다.


다양한 브랜드들과 함께 어우러진 편집숍이군요!

혼자서 시작하면 절대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류로 시작해 라이프 스타일까지 이어져야지만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장착된다고 믿었습니다. 해외에서는 환경 관련 키워드로 구성된 숍이 많이 있고, 국내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보단 기업이 대책을 제시하고 사후 관리까지 해주는 당연한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분들과 소통하여 하나씩 이루어 나가고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 각각의 전문 분야에 계신 분들이 연결된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한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제작자들을 연결해 주는 다리의 역할까지 하고 싶습니다. 부족하게 시작하고 있지만 많은 분들을 실제로 만나면서 얻는 것이 많습니다.

셉틱탱크의 모든 제품들 다 의미가 내포되어있어요. 그 중 가장 추천하시는 제품이 있나요?

첫 번째 퀘스트는 시작을 알리는 만큼 셉틱탱크가 나아갈 방향을 잘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옷을 버리는 형태를 나누어 가설을 세우고 그에 맞는 원단을 사용해 제작했습니다. 업사이클링 하기 어려운 얇은 원단 제품은 매립으로 분류하여 천연 원단인 리오셀, 유기농 코튼을 사용했고, 여러 번의 업사이클링이 가능한 재킷은 플라스틱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했습니다. 추천하는 제품은 재고 원단을 사용한 스웨트셔츠입니다. 실물이 정말 좋습니다. 시즌이 지나 버려질 위기에 처한 원단을 사용했는데, 터키 브로스(Bros Textile)사의 편직물로 여러 번 세탁해도 뒤틀리지 않는 정말 탄탄한 원단입니다. 그만큼 봉제에도 신경을 쓴 제품입니다.


제한된 소재 사용에 대한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시즌이 아닌 퀘스트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브랜드에서 디자인하는 과정에 비해 5~6배 정도 고민이 많이 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일단 옷 다운 옷이어야만 하고 아무리 제한된 원단을 쓰더라도 저의 감성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하며, 예뻐야 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어야 하기에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 퀘스트는 옷이 버려지게 되는 과정을 생각하고 거꾸로 약 순하여 생각했습니다. 티셔츠나 셔츠의 경우 상대적으로 오래 입기 어렵기 때문에, 버려진 이후 소각이나 매립 시 비교적 빨리 생분해되는 천연원단을 사용했습니다. 추천드렸던 스웨트셔츠는 대기업이 아닌 이상, 천연 원단을 제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기존 원단을 사용하되 버려질 수밖에 없는 원단으로 그 마지막을 관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겨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2번째 퀘스트를 진행하시고 계세요. 퀘스트의 기준이 따로 있으신가요? 새로운 퀘스트가 시작되면, 이전 퀘스트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매 시즌마다 판매될지 안될지 모르는 제품들을 쏟아내고, 의무적으로 신상품을 보여주는 현 패션업계의 시스템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판매되지 못한 재고는 돌고 돌아 결국 소각됩니다. 그래서 셉틱탱크는 시즌이 아닌 문제 해결을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하는 '퀘스트'를 통해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현재 제품은 소량 생산이지만 소진될 때까지 구매 가능합니다.


다음 퀘스트에 대해서도 미리 들어 볼 수 있을까요?

2016년 학창 시절 멤피스벨이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구매한 아이템은 앞치마였었는데, 현재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현재 '멤피스벨 ( 밀리터리룩 데드스탁으로 업사이클링 하는 브랜드) 대표님과 함께 구상 중입니다. 그동안 멤피스벨의 제품들은 잡화나 가방 위주인데 이전부터 의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고, 저 역시 군복에 관심이 많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템의 경우 90년대 정비복 점프수트로 상·하의로 나누어 리빌드 컬랙션을 제작하고자 합니다. 노하우가 있지 않으면 만든 제품에서 티가 날 테니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밀리터리 분야에서 20년 넘는 멤피스벨 대표님의 노하우를 제품에 녹일 많은 연구를 하고있습니다.

셉틱탱크에서 이야기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오래전부터 트렌드보다 가치를 좇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좋은 원단과 퀄리티, 완성도 높은 디자인 등 오래 입기 위한 요소가 담긴 옷을 선호합니다. 이를 위해선 제작자는 많은 고민과 시간, 자금을 들여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이 가치관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생산과정에서 모든 요소가 선택이기 때문에 환경을 고려하는 쪽의 선택을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패션이 될 것입니다. 정말 쓸모있는, 높은 가치를 가진 제품을 친환경적으로 제작하고 단가를 낮추기 위한 대량생산을 지양하며, 이를 소비자 역시 당연시 받아들인다면 지속가능한 시장도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중고 거래도 좋은 대안 중 하나입니다.


패션 산업이니, 카테고리도 중요할 것 같아요. 만들어보시고 싶은 아이템이 있으신가요?

옷을 좋아하기 때문에 만들고 싶었던 것은 너무 많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100% 제가 원하는 것만을 만들 수는 없다 보니 최대한 절충해서 제작했고, 만약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다면 제약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만드는 것 자체를 단순하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아 잘 입고 오래 입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고민을 하다 보니 어떤 아이템이라는 카테고리보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생각이 깊어집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단기적으로는 앞서 말씀드렸던 업사이클/리빌드 시스템을 정밀하게 구축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입니다. 셉틱탱크에 입점하시는 브랜드들과는 긴밀한 대화로 단지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협업들로 엮어 소비문화를 함께 바꿔나갈 구상을 하고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데이터들이 쌓이면 기존의 새것을 지향하는 문화, 쉽게 구매하고 버리는 문화를 대체할 의미있는 플랫폼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단지 친환경,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을 판매하는 플랫폼이 아닌 '문제해결'의 핵심에 관심을 둔 특별한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셉틱탱크는 문제해결에 필요한 깊은 통찰을 통해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을 연결하는 연결고리에 대한 생각으로 출발한 만큼, 의류 뿐 아닌 생활 전반에 걸친 소비문화의 대안을 차츰차츰 늘려갈 예정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매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밀리터리 피쉬테일 파카입니다. 어느 옷에나 편하게 잘 어울리고, 트렌드에 관계없이 오래 입을 수 있어서 몇 년째 저의 옷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이 되는 것

하나님과 하나님이 제게 주신 일에 대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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