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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이 만나 춤을 추다

- 수수무 김도영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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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이 만나 춤을 추다

한국과 자연을 녹인 의류, 수수무

여기, 첫걸음을 업사이클링으로 시작해 현대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키워드를 담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단단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좀 더 다양한 방안들을 아름다운 제품의 구조에 녹이며 두 번째 걸음으로 옮겨간 브랜드. 미국의 땅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의류로 표현하고, 한국의 땅에 한국의 요소들을 일상에 녹여 즐거움을 선물하는 브랜드 수수무만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수수무의 김도영이라고 합니다.


수수무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수수무’는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수수무는 물 수(水), 춤출 무(舞)로 이루어진 한자말로, '물들이 만나 춤을 춘다'라는 의미입니다. 물이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 멋있고 자연스러운, 그리고 동양적인 느낌이 떠올랐는데, 패션을 전공한 제가 차양 원단 자투리를 이용해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들면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 차양원단 : 햇빛이나 비, 눈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산업용 목적의 원단


수수무를 잠시 멈춘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휴식기가 있었던 걸까요?

2017년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나, 2019년 제가 유방암 진단을 받아서 치료를 받게 되어, 그 해부터 느린 걸음으로 브랜드를 이끌어왔습니다. 21년인 올해, 정말 감사하게도 치료가 잘 마무리되어 다시 시동을 걸어보려는 중인데, 올 초 제가 미국으로 이주를 하면서 그 시동도 파워풀하게 잘 안 걸리네요.

수수무의 제품을 보면 자연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수수무에서 추구하는 브랜드 키워드가 있나요?

현대적, 쉬운 디자인, 한국의 문화 그리고 친환경, 이것들이 수수무의 키워드입니다. 이 키워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로 사랑받고 싶습니다.


제품을 제작하면서 지키려고 하는 나만의 철칙이 있나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환경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해보자. 견고하게 만들자. 수수무 다운 제품을 만들자.라는 마음은 있지만, 철칙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물질 공해인 현재의 세상에서 나까지 많은 물건들을 만들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있으나, SKU와 매출은 정비례하는 부분이 많아 그것 때문에, 그 사이에서 항상 고민합니다.

* SKU는 'stock keeping unit'의 약자이며 현재 유통업계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용어이다. 유닛 컨트롤을 전제로 한 상품단위이자 재고품이 선반에 진열될 때의 단위란 데에서 나온 호칭이다. 또는 재고 관리코드를 의미하며, 개별적인 상품에 대해 재고 관리 목적으로 추적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사용되는 식별 관리 코드를 말한다.


작업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으시나요?

자연, 동물, 우연히 어디서 보이는 어떤 것, 온갖 책, 영화, 인터넷 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얻습니다. 이와 같은 외부적 영감 요소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전의 수수무에서 사랑받던 작업요소들이에요.

한강라벨 디자인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정선의 그림들을 보다가 굉장히 현대적이고 세련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라인 드로잉으로 쓱쓱 몇 분 만에 따라서 그린것이 한강 라벨의 시작입니다. 영국에서 7년을 거주하는 동안 저의 고향인 한국에 대한 아름다움과 그전에는 느끼지 못한 고향에 대한 감사함이 결합돼서 우연히 만들어진 것 같아요. 모래사장, 조각배가 떠다니던 한양, 이런 옛 서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라벨에 자연스레 담긴 듯합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이유와 그에 따른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이유는 제가 인도계 미국인과 결혼을 했어요. 남편은 한국에서 일하다가, 저의 건강 치료 마무리 이후,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아픈 동안 옆을 잘 지켜준 남편의 뜻을 따라주고 싶어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과 미국 두 곳 모두를 베이스로 한 브랜드로 운영하고 싶은데, 요즘 한국 오피스 직원 구하는 것도 힘들어서 쩔쩔매고 있습니다.
장점은 22년부터 미국에서도 직접 판매를 시작해 볼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에요. 기존에도 수수무의 한국적인 디자인 요소 덕분에 외국인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던 부분을 고려하여, 미국 타깃으로 마케팅도 해보고 배송비 염려 없이 미국 고객분들이 구매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단점은 제가 주로 미국에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 오피스를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맡아서 운영해 주실 직원분을 찾고 있는데, 현재는 그 부분이 가장 고민입니다. 한편으로 아직 좋은 인연을 맺을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패션 분야는 시즌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잖아요. 매번 새로운 걸 창작해 내는 작업이 체력 소모가 클 것 같아요.

패션은 사이클이 정말 빨라서 한 시즌이 끝나면 다시 다른 시즌을 준비하고 끊임없이 해야 하는 점이 있어요. 체력 소모도 크고 회의감을 느낄 때도 있어요. 계속 '이렇게 쓰레기를 생산해가며 만들어야 할까?' '우리가 적당히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가끔은 '내가 안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이어지기도 해요. 일을 포기할 순 없기에 그런 부분에서 조금은 회의감을 느끼고 지속 가능함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한국은 저에게 애증의 관계에요. 그래서 아쉬움보다는 시원섭섭한데,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멀리 떨어져 계실 어머니의 건강 걱정입니다.
브랜드의 디자이너로서 한국의 디자인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져 앞으로의 성장에도 좋을 것 같아요.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더 잘 아껴주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수수무에는 주문을 할 때 중고박스 옵션이 있는걸로 알고 있어요. 시작하게 된 계기와 소비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SMK'라는 댄스 웨어 브랜드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어요. SMK를 운영하고 있던 친구가 중고 박스 아이디어를 공유해 줬고, 그 부분에 관심이 가서 친구에게 허락을 구한 뒤 시작하게 됐어요.구매를 할 때 중고 박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에 추가했죠. 현재 중고 박스 옵션은 자사몰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인데, 고객님들의 8-90%는 중고 박스를 선택하고 계세요. 처음에는 브랜드에 반품이나 교환이 들어온 박스를 자체 재활용하는 개념에서 시작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중고 박스가 부족해 구하러 다니고 있는 수준이 되었죠.


한국에 매장을 오픈하면 중고박스에 대한 활용도가 훨씬 높아지겠네요.

한국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쉬워질 것 같아요. 요즘은 사람들에게 택배 박스를 받을 수 없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믹스된 아이디어로 SMK와 디앤디파트먼트의 모습을 보고 착안했어요. 사람들에게 잘 전달받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로컬스티치 조명 프로젝트에 한국 디자이너로 참여하셨어요. 패션이 아닌 다른 영역의 디자인을 할 때 즐거움은 어떤 점이 있나요?

정말 재밌어요. 로컬스티치 조명 프로젝트는 로컬스티치라는 공간의 조명 갓을 디자인한 프로젝트에요. 저는 원래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의류회사에서만 일을 했던 사람이라 그전에는 한 세계에만 몰두했어요. 후에 석사과정을 패션이 아닌 디자인 매니지먼트로 공부했는데, 거기서 만난 학생들 모두 그래픽,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계셨고, 그때부터 다른 영역의 디자인에 대해 눈을 뜨게 되고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수수무도 처음에는 패션으로 시작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패션으로 발전시키게 되었죠. 콜라보 작업을 하면서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다 보면 새로운 영감도 많이 받고, 기존과는 다른 다양한 영향을 받는 것 같아서 늘 작업이 신기하고 재밌어요. 물론 패션과는 산업적인 성격도 다르고 차이가 있겠지만, 하나의 작품에 심혈을 기울여서 작업하는 부분이 새롭고 좋게 느껴지고, 무엇보다 패션처럼 짧게 소모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점도 흥미로웠죠.


나중에 다른 영역이나 디자인으로 전향하실 계획도 있으신 건가요?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기술이 어마어마하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쪽으로 도전해 보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꼭 패션을 떠나지 않고, 패션 영역 안에 있는 채 디지털 영역을 더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하고 있어요. 제가 디지털과 패션을 합작하여 일을 하게 된다면 쓰레기가 생산되는 걸 조금이라도 줄이고, 제가 가진 재능을 다른 방법으로 적용해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은 하지만, 수수무를 멈추고 싶지는 않아서 아직은 전향 계획은 없어요.

수수무가 생각하는 <건강한 생산과 소비>란 무엇일까요?

건강한 생산은 친환경 소재, 친환경 생산, 공정한 거래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물질 공해의 세상에서 나라도 만들지 않는 것이 건강한 생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습니다.
건강한 소비는 살고 있는 큰집(지구)을 해치지 않는 제품에 소비를 한다면 건강한 소비이지 않을까 싶어요. 인간의 도덕심에 어필하기보다는 건강한 소비를 하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이득인 것을 느끼게 해주면 많은 분들이 함께 움직이지 않을까 싶어요.

수수무가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현대적이면서 한국적인,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친근한 디자인의 브랜드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더해서 환경에 대해 늘 고민하는, 그리고 나 스스로를 멋지게 만들어주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수수무에서는 콜라보 작업도 하고 워크숍도 진행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활동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수수무의 US 온라인 숍을 미국 내 배송이 가능하도록 오픈하고 싶어요.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길 바라고 있지만, 현재 가장 가까운 계획은 한국 오피스를 잘 운영해 줄 매니저를 찾아서 함께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장소를 소개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동대문, 을지로, 광화문 이 세 곳입니다. 높은 빌딩들이 가장 많고 분주한 도시에서 전통의 상징인 건축물들이 여유로운 자태로 조화롭게 위치하고 있어 참 신기하고 멋지다고 생각해요. 서울의 양면적 모습을 보며, 전 세계에 이런 곳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져요. 한국에서만 갈 수 있는 이 세 곳을 가장 좋았던 장소로 추천드리지만, 요즘은 사무실 근처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을 품은 남산 성곽길도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운동, 독서, 웃긴 컨텐츠보고 하하하 웃기, 대화하기 주로 내면을 다스리는 일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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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 이지치과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칫솔과 암앤해머 컴플리트케어 치약, 나이키 운동화, 컨버스 척테일러 운동화, 포스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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