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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에 우리의 철학을 녹입니다

- 위켄드랩 이하린,전은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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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에 우리의 철학을 녹입니다

폐기물로 만드는 리빙 오브제, 위켄드랩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는 질문에 그녀들은 '우리에 관한 관심보다는, 위켄드랩의 제품과 디자인이 주목받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합니다. 철학을 담아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았음을 알기에 그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에 한참 동안 시선이 갑니다. 음식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고, 남겨진 폐기물을 수급해 우리의 일상 속에 다시 공존하는 법을 알려주는 위켄드랩. 음식 폐기물로 인한 고민을 덜어내고, 버려지는 무언가를 쓰임 있는 물건으로 바꾸는 공간을 운영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아왔습니다. 달걀 껍데기와 패각으로 만들어진 Oygg 시리즈를 비롯하여 버려지는 오리알로 만들어진 Tempera 시리즈 등 제품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까지 함께 들어주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메티리얼 & 오브젝트 디자인 스튜디오 위켄드랩을 운영하는 이하린, 전은지라고 합니다.


위켄드랩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위켄드랩’은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위켄드랩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디자인과 인간, 인간과 자연, 또 디자인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철학을 전하기 위해 소재 중심의 이야기가 담긴 디자인을 작업합니다. 주로 동식물성 폐기물 중 충분히 쓸모가 있음에도 버려지는 것 전반에서 쓰임을 찾아 오브젝트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각각 맡고 계신 파트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초반에는 분업이라 하기엔 작은 양이지만, 각자가 잘하는 파트를 맡아서 진행했어요. 지금은 경계가 많이 없어져서 모든 일을 함께하고 있어요.


위켄드랩의 탄생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 동기로 처음 만났어요. 2018년, 교환학생으로 각각 독일과 스위스로 떠나게 되었는데, 타지에서 온전히 혼자 생활하다 보니 밥을 먹는 것부터 심지어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를 알아보는 일까지 전부 스스로 해결해야 했어요. 자연스럽게 스스로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이 눈에 보이게 되었고 이는 작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생활 쓰레기 중 놀랍게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가장 우리를 곤란하게 했던 것은 음식물 쓰레기였고 음식물 쓰레기에 관해 조사하다 보니 하루에 전 세계적으로 약 356만 톤 이상 버려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또, 당시 플라스틱의 해양오염에 관련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고 있었어요. 저희는 플라스틱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은 썩지 않는다는 점을 역이용하여 잘 썩는 물질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면 어떨까? 라는 작은 생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바이오 소재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학교 동기로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서로에게 끌렸나요?
그러게요. 안 떨어지네요. (웃음) OT 때부터 친했어요. 과는 달랐지만, 학부가 같았어요. 처음부터 친하게 지내고 어쩌다 보니 창업까지 하게 됐죠. 제품 디자인(은지)과 시각 디자인(하린)의 융합으로 계속 함께하고 있네요.
이하린 대표 (이하 이) : 은지는 스위스에서 졸업했어요.
전은지 대표 (이하 전) : 편입을 하게 되었어요. 그곳에서는 오브젝트 디자인과라고, 3D 관련해서 소재도 다루고 스타일링 디자인도 배우고 입체물 디자인 관련 학과로 결국 졸업했죠.


왜 하필 WEEK가 아닌 WEEKEND인가요?
교환 학생 시절 서로 거리가 멀다 보니 소통이 이루어지는 기간이 주말이었어요.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을 기획하는 것까지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주말 모임과 비슷한 느낌에서 시작된 위켄드랩이지요.

위캔드랩의 제품들을 소개해주세요.
Tempera 제품을 보여드릴게요. 오리알로 만들어진 제품이에요. 오리알의 질감을 보고 싶다면 크게도 작업이 가능해요. Oygg 시리즈를 소개할게요. 달걀 껍데기로 구성되어있는 화병이에요. 표면에도 드러나죠? 달걀 껍데기인데도 무늬가 꽤 예쁘죠? 100% 달걀 껍데기는 아니고, 달걀 껍데기와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든 제품이에요. Oygg 시리즈의 경우 전 제품이 업사이클이에요.


Oygg 시리즈의 화병 모양도 달걀을 닮았어요.
맞아요. 디자인하는 과정이 상당히 직관적이죠. 달걀로 만들었으니, 달걀 모양으로 만들자. (웃음) 만드는 제품을 하나하나 직접 만들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요. 전부 다 다르죠. 컬러와 패턴도 다 달라서 완성되면 아래에 번호를 기재해요.

버려지는 쓰레기들 속에서 오브제를 탄생해야 하므로, 제작할 때마다 표현되는 색이 다를 거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다루고 있는 소재는 일곱 가지 정도 되는데, 각자 다루어야 하는 방식이 달라요. 원재료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다르다 보니 처리 과정에서부터 제작 과정, 마감 과정까지 전부 다르죠. 가끔 오랜만에 다루는 소재면 헷갈려서 정말 꼼꼼히 노트테이킹하는 습관을 들이려 하고 있어요.


하나밖에 없다 보니, 제품을 모두 보여줄 수가 없어 걱정일 것 같아요. 또 원래 원했던 컬러나 패턴이 품절될 가능성도 크고요.
아트 오브제나 디자인 제품의 경우는 '나만의 것'이 돋보이는 요즘인 것 같아요. 원하시는 색이나 패턴은 요청하시면 최대한 맞춰드리고 있어요. 달걀의 입자를 더 크게 혹은 더 작게 만드는 것 역시 재량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제품을 볼 때 이야기가 담겼으면 해요. 어디로부터 온, 어디서 만든 무엇. 이렇게 이야기의 소재에 위캔드랩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쓰레기에서 오브제로 변화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리코타’시리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쉽게 말하자면 치즈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해요. 리코타치즈를 만드는 것처럼 탈지유에서 단백질과 유청, 유단백질을 분리하죠. 여기까지는 리코타치즈를 만드는 방식과 거의 같지만 이후 유단백질(카제인)을 천연재료와 섞는 작업, 염료를 넣어 색을 입히는 작업이 추가돼요. 몰드 또는 손으로 형태를 만들어 마무리합니다.


버려지는 폐기물이라는 소재에서 개발까지 많은 연구를 거쳤을 것 같아요.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음식물 폐기물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제도적 어려움이 있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하는 일은 폐기물 처리로 여겨지지 않고, 등록된 폐기물 처리 업체만 폐기물을 받아 갈 수 있는데, 저희 같은 디자인 업체는 해당하지 않거든요. 대기업에서는 이런 부분을 곤란해하셔서, 폐기물을 받아오는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 규모예요.

일반적인 재료로 만드는 디자인이 아니에요. 폐기물을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소재 변환 과정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공부를 하셨나요?
과학자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깊고 심도 있게 연구를 하지는 못해요. 저희의 경우 과학적인 관점과 인문학적인 관점 양측에서 소재를 바라보고 있어요. 이 소재가 과거에 사회적으로 역할을 하던 소재였는지, 지금도 존재하는 소재인지, 사라졌다면 왜 사라졌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곤 해요. 과학적인 방식에서는 어떻게 자연이나 인공적으로 추출이 되는지,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 등을 폭넓게 연구해요. 그리고 서로가 알아낸 정보를 가지고 솔루션을 찾아 나갑니다. 관련 논문도 많이 보고 있어요.


시도한 적 없던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관련 논문이라 해도 정답은 아닐 것 같아요.
월드와이드 웹(WWW)이 생각보다 꽤 대단해요. (웃음) 논문의 경우 소재를 선정하게 되면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물론 A라는 소재를 B 제품으로 만드는 방법은 없죠. 다만, A라는 소재를 가지고 C 원료를 만드는 것에 관한 논문은 있어요. 성향은 조금 다른 느낌인데, A라는 소재에 대한 성질과 특징은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얕고 방대한 지식이라고 해야 하나요? (웃음) 소재에 대한 방향성이 잡히는 과정이라, 그 과정 이후에는 제품으로 만들어보면서 발견되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수정 보완하면서 원하는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거죠.

동식물성 폐기물 중 충분히 쓸모가 있음에도 버려지는 것 전반에 관심이 있으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음식 폐기물 말고 다른 재료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알루미늄. 요즘에는 여행이라는 테마가 줄기는 했지만, 여행하다 보면 캔이나 일회용품들이 거리의 많은 구석을 차지하고 있죠. (웃음)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해양 쓰레기나 산의 곳곳이 망가지고 있다는 기사를 우연히 접했어요. 캔의 경우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버리기도 쉬운 소재이다 보니 버려지는 것들을 수거하거나 캠페인을 통해서 알루미늄을 재생해보고 다른 소재로도 재생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음식 폐기물 위주로 작업을 해왔지만, '반드시 이 재료만 사용해야 해!' 이런 건 아니에요. 어쨌든 디자인 스튜디오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너무 뜬금없는 소재를 생각하시는 것은 아닐 것 같아요.
환경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키워드이기 때문에, 절대 배제되지 않죠. 어떠한 소재를 선택하더라도요. 모든 작업이 전반적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요. 소재 자체가 생분해 된다든지, 공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요 부분에서 절약하던 지등으로요. 도자나 유리의 경우 구울 때 에너지가 굉장히 많이 소비되는데, 이런 부분을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지속 가능함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어요. 무조건 음식 폐기물이나 소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시각 자체를 더 넓게 바라보려고 해요.


어느 곳에서 위켄드랩의 손길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가 확실히 있으셔야 할 것 같아요! 혹시 정보는 어디서 알게 되시는 건가요? (쓰레기가 어디서 많이 배출되는지 등)
소재 선정의 경우 주변에서 듣는 소식이나 기사 등을 통해 접하는 것을 중심으로 선정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작업실 바로 옆에 작은 아이스크림 카페가 있는데 일주일에 달걀 30구 10판 이상을 사용하여 아이스크림을 만드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이스크림에 그렇게 많은 달걀이 사용되는지 몰랐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또, 난황 레시틴 알약을 지인께서 부모님께 추천해 주셔서 접하게 되었는데 공장에 문의해보니 이 난황 레시틴 알약을 만들기 위해서 알약 한 개에 오리알 1.5개가 사용되고 레시틴 이외의 나머지 성분은 다 버려진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공장주, 또는 업주분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소재를 선정하고 수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평상시 환경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도 좋습니다!
환경 문제는 항상 주위에서 볼 수 있었어요.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눈에 띄게 급속도로 환경이 여러 방면에서 망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대단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항상 마음이 불편했어요. 내가 오늘 잠깐 마시고 버리는 생수병이 바다에 둥둥 떠다닐 것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한 거죠. 실제로도 태평양 어디에 있는 쓰레기 섬이 남한의 16배 크기라고 하잖아요. 이제는 지속 가능성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해요. 더 지속 가능과 디자인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거죠. 디자인은 지속 가능해야만 한다는 명제가 성립하는 시기가 찾아온 거예요.

위켄드랩의 제품을 보면 디자인적인 요소가 돋보여요.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보통 디자인을 한 후 소재나 재료에 대해 고민을 하는 식의 순서로 디자인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희는 그와 정반대로 소재를 찾고 그 소재에 맞는 디자인을 부여해 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원재료가 독특하다 보니 소재의 질감이나 색감, 특성은 부각하고 외형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위켄드랩만의 색을 가지도록 염두에 두며 디자인하고 있어요.


디자인을 구상한 후 재료를 찾는 방식이 아닌 먼저 소재를 찾고 디자인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는데, 소재 때문에 포기한 디자인도 있었나요?
처음부터 소재를 찾고 디자인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떤 아이템을 해보고 싶은데 소재 때문에 못 했다 하는 건 아직 없는 거 같아요. 소재 역시 저희가 직접 작업하는 것 외에 을지로의 전문 분야에 대해 더 깊이 알고 계신 분들을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어서 웬만해서는 어떤 제품이든 구현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큰 작업의 경우 다른 일반적인 소재들을 사용하는 것보다 힘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점 같아요. 큰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 현재 준비 중이에요.

소재를 보면 어떤 제품으로 탄생할지 이야기가 바로 그려지나요?
딱 보자 마자는 아닌 거 같아요. 아무래도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재료의 특징에 따라 제품을 만들 때 가능함과 불가능함을 꼼꼼히 확인해요. 예를 들어 물에 닿으면 녹는 소재를 화병으로 만들 수는 없잖아요. 만약에 소재가 화병이랑 잘 어울린다면, 안에 유리를 덧대어 화병으로 만들어볼까? 라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죠. 대부분 제품으로 만들 때 재료의 한계성을 확인해서, 구상하고 있어요. 소재의 경우 한계점 외에 장점을 살려 다른 제품을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제품이다 보니 내구성이 중요할 것 같아요. 혹시 타 재료보다 강점 혹은 약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소재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점, 쓸모가 있지만 버려지는 것들에 새 생명을 넣어 쓰임을 찾아주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제작 과정에 있어서 전기나 불, 물 등의 에너지 소비가 많이 필요 없다는 점도 의미가 있죠. 리코타와 템페라 시리즈 같은 경우 생분해성 재료를 기반으로 제작이 되다 보니 물에 담가 두면 썩기 시작되기 때문에 건조하고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해 드려요. 그러나 일반적인 실내에서 사용하신다면 걱정 없이 사용하실 수 있어요. 쉽게 말해서 화학 코팅 등의 가공이 들어가지 않은 목제 제품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OYGG 시리즈의 경우 콘크리트와 느낌이 비슷해요. 아무래도 콘크리트보다는 약한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제품의 기능을 하기에는 충분하죠. '저희가 선택한 소재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거나, 자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거는 당연히 아니에요. (웃음) 오브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강도는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제품으로 만들고 나서 강도 테스트를 하고 있어요.

위켄드랩의 제품들을 보면 리빙 아이템이 많이 보여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용하고 있는 소재의 절반이 물에 닿으면 안 돼요. 물이 닿자마자 바로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이 생분해가 시작되거나, 부패하기 시작해요. 그렇기 때문에 식기류는 제작하지 못하고 있어요. 물론 관리를 잘해주신다면, 가능도 하겠지만 제작자인 저희가 불안해서 만들지 않아요. (웃음) 소재가 특이하다 보니, 리빙 제품의 경우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희 제품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 행복해져요. 리빙 제품에 국한되어 있는 브랜드는 아니라서, 앞으로는 가구 영역으로도 조금씩 넓혀갈 예정이에요.


작업하시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되게 많았던 거 같은데 다 이야기해도 되나요? (웃음) 사실 저희 스튜디오가 1년 반 정도 되었어요. 어려운 일은 항상 있었죠. 양산 문제를 포함해 초반에는 여러 가지 지원사업도 하고, 기존의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분들께 멘토링도 받고 했었어요. 많은 분께서 디자인 스튜디오처럼 복합적인 느낌이 아니라, 제조면 제조, 디자인이면 디자인 이렇게 영역을 딱 정하시길 원하셨던 거 같아요. 대량 생산과 많은 양의 판매 그리고 이윤을 내는 것은 어떤가에 대한 피드백이 상당히 많았어요. 저희는 애초에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기보다는 디자인, 제조, 판매 모든 것을 조금씩 할 수 있는 브랜드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많은 분께서 전해주시다 보니) '우리가 혹시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어요. 많이 만들고 싸게 판매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었던 것 같아요. 이후에는 정체성이 확립되었고, 큰 문제 없이 잘 이겨내고 있어요.

위켄드랩 이하린 대표
위켄드랩 전은지 대표


그렇다면 요즘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나요?
공간. 공간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것이 어려워요. (웃음) 생각보다 협소해서, 큰 작업물을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요. 추후에는 달라지겠죠?

위켄드랩 공간에 식물이 정말 많아요.
(전) : 제가 식물을 너무 좋아해요. 하나씩.. 하나씩.. 늘리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손을 못 쓰고 있는 상태예요. (웃음) 나름대로 관리를 안 해줘도 잘 자라더라고요. 출근하자마자 물을 열심히 주고 있어요. 사실 커튼은 식물의 습도 관리 때문에 설치했는데, 공간을 깨끗하게 사용하기 어렵다 보니 지금은 식물 먼지 방어용으로 바뀌었지요. (웃음) 식물 공간에 들어가 보세요. 공기가 아주 좋아요!
(이) : 저는 가끔 여기로 산책 다녀와요. (웃음)

위켄드랩이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단순히 오래 쓸 수 있는 튼튼한 제품이 아닌, 버려지고 난 이후에도 환경에 최대한 해가 덜 가게 기획 단계에서부터 신경을 쓰는 것.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면 어떤 작업을 하시고 싶으세요?
다양한 분야에서 쓰레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간략하게 이야기를 나눠본 것 중 하나가 의류회사 측에서도 리사이클, 업사이클, 서스테이너블에 관심을 많이 두고 계시니, 의류회사의 남은 섬유를 가지고 쇼룸을 위한 가구를 디자인하는 것이에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겠다 싶죠.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기회만 주신다면 많이 있죠. 디자인 쪽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준비하시고 계신 다음 프로젝트가 있으셨을까요?
스튜디오를 시작할 때부터 얘기해온 것 중 하나인데요. 우리의 철학과 생각을 담은 조금 큰 규모의 아트워크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습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어쩌면 저희의 아트워크를 한국의 미술관에서 전시품으로 만나보실 수도 있으실 것 같아요.


앞으로의 활동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더 착한 소재와 더 좋은 디자인을 통해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려고 하며 단순히 디자인 제품을 넘어 아트워크와 같이 조금 더 시야를 넓혀 작업과 활동을 병행하려고 해요. 저희와 비슷한 결의 작업을 하시는 작가님이나 디자이너분들이 늘고 있고 대중의 관심도 점점 늘어나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이런 관심들을 모아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진다면 자유롭게 서로의 경험이나 실험, 작업을 공유하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더 생분해성 소재가 어렵지만은 않게 되지 않을까요?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이) : 겨울이라 그런지 또 뜨개질 하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는 뜨개질하고 있어요. 뜨개질이 좋은 이유를 굳이 꼽자면, 잡생각을 사라지게 해주고 금방 결과물이 보여서 좋아요. 선이 면이 되는 게 재밌더라고요. 마음의 요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전) : 저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헬스장에 다니고 있어요. 코로나 전에는 야외활동을 매우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점점 실내 생활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몸이 망가지고 퍼지더라고요. 다시 건강한 몸을 만들고자 일주일에 4번 이상은 꼬박꼬박 헬스장에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전) : 가구는 특히 사용자와 가장 많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물건 중의 하나인데 특히 오래된, 어르신들의 가구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오늘날의 가구와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잘 만들어진, 우리 할머니들께서 혼수로 가지고 오셔서 평생 함께한 자개장과 자개 가구가 아닐까 싶어요. 나전칠기는 장인 정신과 전통을 한 군데에 담에 놓은 집약체인데 요즘의 감성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길에 버려지는 것을 자주 목격하거든요. 조금만 손보면 모던하면서도 독특한 나만의 가구로 변신할 가능성이 있는 물건들인데 이 가치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좋을 것 같아요.

(이) : 저도 비슷한 의견이에요. 빈티지 상권이 더 크게 일상생활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물건을 제대로 잘 관리해 주는 것이 당연시되어야 해요. 싼 테이블을 샀다가 이사 갈 때 버리는 것이 아닌, 좋은 테이블을 오래오래 곁에 두고 사용했다가, 조금 손봐서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는 거죠.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이) : 단연코 저의 고양이입니다. 여름엔 덥다고 안 그러더니 요즘은 겨울이라 항상 제품 안에서 자요. 늘 즐겁습니다 ☺︎

(전) : 저는 푸들 두 마리와 살아요. 저도 반려동물과의 유대가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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