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도 구매하고 싶은 친환경 제품이 어떻게 생겼을까? 버려진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 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플라스틱 아크 (Plastic Ark)는 친환경이라는 이유보다 디자인이 좋고 갖고 싶어서 누군가가 제품을 구매하길 바랍니다. 환경 문제가 더 이상 부담스러운 남의 일이라고 느끼지 않고 누구나 참여하고 싶은 트렌디한 친환경 문화로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팝한 컬러의 생활 소품을 패션을 인식한 비주얼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플라스틱 아크를 함께 만나 보세요.
친환경의 트렌디한 모습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플라스틱 아크를 전개하고 있는 김시형입니다.
플라스틱 아크를 소개해 주세요.
플라스틱 아크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 하여 생활 소품 등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의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플라스틱 아크의 ‘아크' (’Ark’)는 ‘노아의 방주’와 비슷한 뜻으로 ‘플라스틱 방주'를 의미합니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이미 환경 매립지를 가득 채워 넘쳐나기 시작했고 바다를 가득 메우고 생물들의 목숨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까지 위협하기 시작했죠. 저희는 머지않아 지구가 거대한 플라스틱 바다로 뒤덮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위협하는 플라스틱을 녹여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재앙이 되어버린 쓰레기 홍수 속을 헤쳐 나갈 플라스틱 방주를 만들자는 뜻을 담은 이름이에요.
친환경 브랜드로서 플라스틱 아크만의 특별한 점이 무엇인가요?
사실 저희가 친환경이라는 점을 앞장세워서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친환경인 이유로 구매하고 싶은 제품보다 우선 구매 욕구를 가지게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환경을 우선시하는 공익적인 프로모션을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MZ 세대가 ‘이거 좀 힙하네'라고 느낄 수 있는 컨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을 택했습니다. 친환경도 젊고 트랜드한 문화가 되길 바라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아크를 시작하신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3년 전 일에 대한 번아웃을 겪었습니다. 그 당시에 스스로를 재정비할 시간을 가지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복지 재단을 운영하시는 부모님의 영향도 있고 평소에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서 해 볼 수 있는 일이 없을까라는 고민이 플라스틱 아크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많은 환경 문제 중 플라스틱에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는 온라인 숍을 만들려고 했는데 제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제품이 많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타인에게 소개하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해 초점을 조금 더 좁혔습니다. 그리고 현재 가장 심각한 이슈가 기후 문제와 플라스틱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기후 문제는 저 혼자서 접근하기에 한계를 느꼈고 플라스틱 문제는 조금씩 해나가면 해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플라스틱 아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일을 하고 있는 팀원들을 어떻게 만났나요?
현재 함께 하고 있는 두 명 중 한 명은 저와 가장 친한 친구로 플라스틱 아크를 준비하고 있을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 명은 원래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던 능력자로, 플라스틱 아크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게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아크의 제품을 소개해 주세요.
생산 공정 혹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 하여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100%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며 원활한 재활용을 위해 ‘No Coating, No Painting, No Bonding’ (코팅 없이, 염료 없이, 접착 없이) 방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출시한 아이템은 버려진 플라스틱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은 화분 ‘Dirty Pot’입니다.
첫 번째 제품으로 화분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버려진 플라스틱을 다시 업사이클링 하여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듯 화분 안에 씨앗을 심거나 분갈이를 하면 생명이 피어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Dirty Pot’이라는 이름은 무슨 의미인가요?
브랜드로서 모든 일을 재미있게 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궁금해지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사실 버려진 플라스틱이 깔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던 폐플라스틱도 좋은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제품명입니다.
원료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나요?
전문적인 부분이 많지만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재활용 플라스틱은 크게 PCR과 PIR로 나눠져 있으며 생산 과정에서 나온 산업폐기물인 PIR보다 소비자에게 버려진 PCR을 사용하는 것이 환경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어서 가급적 PCR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PCR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많지 않아 많은 회사들은 PCR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다른 바가 없다고 생각해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러면 원료를 어디서 수집하나요?
총 세 가지 방법으로 수집하는데 첫 번째는 국내에서 생산된 PCR을 공급받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소비자에게 갔을 때 퀄리티를 보증할 수 있는 PIR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화장품 브랜드 등 퀄리티 좋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기업에게 공급받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저희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플라스틱을 세척하고 분류해 주신 후 저희에게 보내주시면 저희 사이트에서 사용 가능한 적립금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하는 방법입니다.
플라스틱 아크의 리워드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저희 브랜드의 목표는 ‘순환’입니다. 버려진 플라스틱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유의미하게 사용되길 바라지만, 제품이 파손되거나 주인이 질릴 때 다시 플라스틱 쓰레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만든 제품을 책임지고 재활용할 수 있도록 리워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구매 시 제품 가격의 5%, 사용하신 제품을 다시 반환해 주시면 제품 가격의 5%를 저희 온라인 스토어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로 적립해 드립니다. 그리고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병뚜껑이나 화장품 용기 등을 세척, 분류 후 저희에게 보내 주시면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 드립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리워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NO COATING, NO PAINTING, NO BONDING’ 기술을 개발하셨다고 하는데,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개발 과정만 2년 반 정도 걸렸습니다. 우선 비영리단체가 아닌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 할 때 발생하는 수축, 절개선 등 퀄리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제품들은 패턴이 랜덤으로 나왔는데 저희 브랜드를 차별화 시키기 위해 원하는 패턴을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수백 곳의 업체들에게 연락한 결과 불가능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제가 해외 논문을 번역기로 돌려서 읽어보고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커스텀 장비까지 제작해 샘플을 만든 다음에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업체들을 설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업체를 만나서 감사하게도 좋은 취지라고 관심을 가져 주셨고 함께 제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홈페이지나 SNS에서 선보이는 비주얼은 인상적인데, 어떤 컨셉인가요?
우선 젊은 사람들에게 저희 브랜드를 보여 줄 수 있는 저희만의 방식부터 고민했는데, 요즘 트렌드를 움직이는 것은 패션이라고 생각해서 패션 브랜드 같은 접근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인스타그램이나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감성의 룩북까지 촬영했습니다.
룩북을 촬영할 때 영감을 어디서 받았나요?
어디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패션 브랜드, 리사이클링이나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SNS에서 지켜보고 영감을 받습니다. 그리고 전시회나 영화, 애니메이션도 즐겨보고 저희가 접목시킬 수 있는 컨텐츠가 있는지 항상 생각합니다. 사실 앞으로 펫볼을 만들자고 생각한 것도 ‘개들의 섬'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파리 패션 위크의 쇼 속에 플라스틱 아크의 제품이 등장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청청 디자이너님의 패션 브랜드 라이 (LIE)의 쇼에 디렉터로 참여한 연누리 작가님과 원래 친분이 있었고 이번 쇼에 친환경 요소를 녹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유럽 스키 문화에서 영감을 얻고 스키장에 갔을 때 반려식물을 가져가거나 산을 깎아서 만들어진 스키장에서 식물을 다시 심는 컨셉이었습니다. 가볍고 재미있는 화분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플라스틱 아크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We are not nice, just making nice ones.
플라스틱 아크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
저희 브랜드의 철학은 ‘We are not nice, just making nice ones’ (‘우리는 착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치 있는 것을 만듭니다’)입니다. 사실 저희는 활동가가 아닌 일반인이며, 생활하면서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이 왜 그렇게 미지근한지 고민한 결과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어렵고 불편하다는 선입견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자는 마인드로 플라스틱 아크를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착한 브랜드가 아닙니다. 그저 ‘내가 갖고 싶었던 제품을 샀는데 알고 보니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환경 문제에 도움까지 된다니'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환경,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이바지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 저희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플라스틱 아크의 활동이 궁금합니다.
다양한 분야로 활동의 영역을 넓히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패션, 음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주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게 하는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려고 합니다. 환경문제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하나의 트렌디한 문화로서 누구나 참여 하고 싶게끔 하고 싶습니다.
현재 기획하고 있는 제품이 있나요?
여러 가지 제품을 계획하고 있는데, 저희 두 번째 제품으로 핸드폰 케이스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그다음에는 앞서 말씀드린 펫볼, 반려동물을 위한 식기도 계획 중입니다. 사실, 그 외에도 테이블 램프나 볼펜, 액세서리 등 여러 가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living)
자아성찰입니다. 주변 환경이 저라는 주체를 통해 생긴다고 생각해 항상 저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평소에 간과하고 지나갈 수 있었던 일, 사람, 사소한 생각까지 차분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생각이 파생해, 그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 저에게 즐거운 것 같아요.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thing)
만화 ‘원피스’에서 나온 캐릭터 나미(Nami)의 피규어입니다. 원래 피규어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약 8년 전 함께 활동하던 친한 친구들이 나미라는 별명을 지어줬어요. 놀리려고 하는 것 같아 처음에는 싫어했지만 어느새 정이 든 별명이 되었습니다. 원래 ‘나미’는 일본어로 ‘파도’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바다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적합한 별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메일 주소까지 나미로 바꾸고 주변 사람들이 종종 이 캐릭터와 관련된 굿즈를 선물하는데, 그 첫 선물은 나미 피규어였습니다.
나에게 힘이 되는 것
브랜드를 운영함에 있어서 팀원들이 가장 힘이 됩니다. 팀원들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는 제가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을 포함한 저희 가족은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힘이 되는 장소가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물가를 좋아하고 바다나 계곡 같은 곳에서 물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Plastic Ark (@plasticark_) Instagram
photo by second hero